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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걸어온 '헌법재판의 길' 책으로 낸 조용호(법학 73) 동문
20.06.29 조회수 : 52
건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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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칙이 일반화되는 사회는 건강한 사회가 아닙니다.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로서는 분노할 수밖에 없죠"


 지난해 4월 퇴임한 조용호 동문은 최근 비정규직의 대규모 정규직 전환으로 청년들의 분노를 사고 있는 인천공항공사 문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재임 시절 인천공항공사 사례처럼 '평등', '정의'를 내세워 다른 집단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정부 정책에 대해 여러 번 위헌 의견을 냈었다. 그는 최근 재직 기간 6년간 관여한 헌재 결정 1169건 중 110건을 추려 묶은 '헌법재판의 길'을 펴냈다. 판사 출신으로 2013년 헌재 재판관에 임명됐던 그는 현재 건국대 로스쿨 석좌교수로 재직 중이다.


 이 책에서 현 인천공항 사태와 가장 '닮은꼴'인 사건은 2014년 헌법소원이 들어온 '청년고용 할당법'이다. 매년 공공기관 정원의 100분의 3 이상 34세 이하 청년을 고용하도록 강제한 이 법에 대해 그는 위헌 의견을 냈다. "같은 처지에 있는 다른 연령 집단의 취업 기회를 박탈했다"는 것이다. 위헌 의견이 다수(5)였지만 위헌 정족수(재판관 9명 중 6)에 이르지 못해 합헌 결론이 났다.


 그는 책에서 우리나라 고도성장의 비결이 자유경쟁에 바탕한 시장경제 질서 존중이라고 했다. 인위적인 경쟁 제한은 부작용만 낳을 것으로 봤다. 그에 따라 2018년 대형마트 영업시간 제한 사건에서도 유일하게 위헌론을 냈다. 그는 "결국 위헌론에서 우려했던 대로 전통시장을 보호하지도 못한 채 온라인 시장, 택배시장 활성화 등으로 상당수 대형마트가 폐점 위기에 이르렀다"고 했다.


 근로자의 고용 기간이 2년을 넘을 수 없도록 한 기간제법도 그런 사례다. 그는 위헌 의견에서 "입법 취지는 기간제 근로자를 정규직으로 유도하기 위한 것이지만 현실적으로는 기존 직장에서마저 쫓겨나게 만들었다"고 했다.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善意)로 포장돼 있다"는 서양 속담을 인용하기도 했다. 이 역시 합헌 결론이 났다.


 그는 국가기관이 내세우는 '선의'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고 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정부가 이번 6·17 부동산 대책으로 강남 지역에 시행한 토지거래허가제에 대해 "대출 규제를 넘어 사인(私人)의 매매를 국가가 허가하는 것은 재산권에 대한 지나친 제약"이라며 "부동산 정책이 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해선 안 된다"고 했다.


 조 동문은 또 "최근 들어 표현의 자유가 심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했다. 특히 여당이 입법 추진 중인 '역사 왜곡 금지법'에 대해 "민주화 운동을 하며 표현의 자유를 갈구했던 사람들이 당시 정권에서도 안 하던 입법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5·18 민주화 운동과 세월호 참사에 대한 왜곡이나 부정을 형사처벌하는 내용이다. 그는 "박근혜 정부 당시 현 집권 여당이 국정교과서를 반대했던 것과 비교하면 더욱 이해가 안 가는 입법"이라고도 했다. 진보 성향 변호사 모임인 민변, 장덕천 변호사(현 부천시장) 등은 2015년 국정교과서가 교육의 자주성과 집필자의 언론의 자유를 침해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도 냈었다. 정권 교체 후 교육부가 관련 고시를 스스로 폐지하면서 헌재는 이 사건을 각하(却下)했다. 조 동문은 "스펀지에 물이 스미듯, 국민 기본권 제약이 일반화되다 보면 아예 감각이 무뎌질 수 있다. 이를 견제하는 게 사법기관의 임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