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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 지금 행복하십니까? - 윤영무(정외 76) 건국가족 편집위원
18.12.13 조회수 : 276
건대동문

우리 모두는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일을 해서 돈을 벌고, 취미활동도 하며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 싫든 좋든 관계를 맺고 살고 있습니다. 이렇게 각자의 행복을 위해 각 자가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다면 도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내 인생 어딘가에 고장난 건 아닐까요? 어느 날 제게도 그런 의문이 찾아왔습니다.

 

저는 전동차를 타면 빈자리에 앉아 언제나 전날 일기를 씁니다. 그날도 어김없이 쓰고 있는데 불쑥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영무, 너 말이야, 솔직히 대답해 봐, 너 지금 뭐하고 있어, 무엇 때문에 다니기 싫은 회사를 나가면서 고생하는 거야. 꼭 이렇게 살아야겠어? 훌훌 털고, 니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되잖아? , 한심한 놈이다.”


회사 그만두면, 누가 돈을 준대? 생활비는 어떻게 하고. 달리 방법이 없잖아. 복권이 맞으면 몰라도, 그러니까 미리미리 대비했어야 하는 거 아냐. 그동안 뭐했어, 남들은 조물주 위의 빌딩주라는데


빌딩주? 건물을 갖고 있으려면, 몇 사람 죽어 나가야겠지. 그 스트레스에 몸이 성하지 못했을 테니까. 세상 일이 어디 쉽게 되느냐고, 그래도 매달 봉급을 받아 가족을 건사하며 지금까지 버텨온 게 감사하고 대단한 거 아닌가. 특별한 능력도 되지 않는 내가 말이야


자문자답을 이어가다 보니, 제 자신이 비참해져서 그만뒀습니다. 분명한 사실은 회사를 그만두고 싶을 때 그만 둘 수 없는 제겐 자유(liberty)라는 게 없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으니 행복할 리가 없겠지요. 평균보다 늦은 나이에 프랑스에서 공부하는 큰 아들에게 부쳐주는 생활비와 학비, 제 가족 생활비를 고려하면 아무리 절약하고 절약해도 한 달 5~6백만 원을 벌어야합니다. 회사를 그만 뒀다가는 이 돈이 당장 펑크가 나게 되어 있지요. 은퇴 나이도 지났는데 그 돈을 벌려니, 저 보다 더 한 분들에게 미안한 말씀이지만, 여간 피곤한 게 아니었습니다.


다른 사람들은 제게 말합니다. 방송사에서 30년 이상 기자 생활을 했고, 지금도 회사에 나가면서 뭘 엄살이냐 고요. 행복할 거라고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눈치 채셨겠지요. 저는 행복하지 않습니다. 힘이 들고, 지쳤습니다. 회사 다니는 날도 몇 달 남지 않았는데 그만 두면 또 어떻게 먹고 살아야 할까? 벌써부터 저는 잠이 오지 않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어도 갈 데가 없다면, 아니 그럴 때가 오면, “나는 자유인이다.” 라고 외칠 수 있겠지만 갈 데 가 없으니, 하루하루가 불편하고 고통스러울지 모릅니다. 그러기 전에 뭔가 수입이 될 만한 일을 찾아야 봐야하는 데 만만한 게 없습니다.


그때였습니다. 아주 세련된 교양미가 넘쳐 나는 50~60대의 여성 한 분이 전동차 통로 건너 제 앞자리에 앉더니, 책을 꺼냈습니다. 요즘 전동차에선 보기 드문 모습이었지요. 어떤 책인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녀를 물끄러미 지켜보다가 어디선가 본 글 이 떠올랐습니다.


나이가 든다는 거요? 그건 자유로워진다는 것이죠. 비로소 경쟁에서 해방되는 시기니까요, 야심 따위나, 돈 을 많이 번다는 욕심을 버리고 춤을 추듯 순간순간을 즐기는 거죠


그러고 보니, 저의 절친 하나가 올해 초 세상을 떠났습니다. 죽기 전에 그는 가족들에게 하루만 더 살게 해달라고 애원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내가 왜 이렇게 사는 거지?’ 라고 제게 스스로 던진 질문은 살아있다는 가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해서 나오는 말이라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습니다. 지나가 버린 과거에 집착해 후회하지 말고, 다가오지 않은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지 말자, 오늘 하루만을 위해 살아보면 행복하진 않을까? 라고 생각을 고쳐먹어보니, 이상하게 마음이 편해지면서 , 이게 행복한 것이구나’, 하는 느낌이 북받쳤습니다.


지금 제가 전동차를 타고, 온갖 생각 을 한다는 것은 이 세상에 살아 있다 는 뜻이고, 아직은 제가 이 세계에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는 의미라는 거. 그러니 제가 살아 있는 한, 제가 진심으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어서, 그 일에 몰입할 때 저는 행복을 실감할 듯 했습니다. 저 역시 지금껏 가정을 위해 헌신했으니, 나머지는 내 인생을 위한 춤을 춰도 괜찮을 듯싶었습니다. 얼마 남아 있지 않은 퇴직금이지만 이 돈을 가지고 나만의 세계여행을 떠나 고 싶었습니다. 소설 불량노인의 세계여행은 진짜 제가 쓰고 싶은 이야기이니까요. 그런데 귀신같은 아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했습니다.


퇴직금을 곶감 빼먹듯 살아야 할 판에 그 돈 갖고 해외여행을 간다고? 두 아이 장가를 보내고, 연금 외에 여유 돈도 없는데 어떻게 살려고당신 제 정신이야?” 제가 멋대로 행동하기 전에 아내는 제 퇴직금을 손에 넣고, 이혼을 벼르고 있을지 모릅니다. 만약 제 앞에 앉아있는 저 여성이 저와 해외로 도망칩시다. 행복하게 둘만의 여행을 떠나자고 한다면 같이 달아나 버릴까? 그런데 유럽에서 몇 달, 동남아에서 1년 이상 버티고 나면, ~ 결론이 끔찍하다. 미래를 앞당겨 걱정하니, 용기가 없어져 버렸습니다.


고향 군민회장님이셨던 분은 늘 행복하신 듯했습니다. 오늘 하루를 충실하게 사시거든요. 당신은 아들에게 받은 용돈을 가지고 고향 이장님들에게 점심을 대접하느라, 그들에게 줄 선물을 백화점에서 고르느라 행복해 하셨습니다. “왜 하필 이장님입니까?” 하고 물으니, 현직 군민회장 때 군수, 교육감 등을 만나느라, 그 때 챙기지 못한 게 마음에 걸렸기 때문이라 했습니다. “그래 맞다. 이거라면 나도 할 수 있겠다 싶으면, 무조건 해보자, 회장님처럼. 무슨 일이든 해보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죽기 전에 제일 후회하는 말이 해볼 걸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러니, ‘불량노인이 되어, 세계 여행을 떠나는 날부터 저의 행복이 시작될 게 틀림없습니다.


여러분은 지금 행복하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