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U People
오피니언
첫 직장은 결혼보다 더 운명적이다. - 신복룡(정외 61, 모교 전 석좌교수) 동문
19.12.13 조회수 : 252
건대동문

위대한 궁수(弓手)는 과녁보다 조금 높게 겨냥하여 활의 시위를 당겨야한다. 그리고 역사가 당신을 부르는 순간에 대비하여 능력을 갖추고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운명의 여신이 당신에게 미소를 보낼 것이다.


당신이 진정으로 능력을 갖추고 기다린다면 세상은 반드시 당신을 부를 것이다.

 

참으로 허둥대고 살아온 인생이었다. 뭐가, 왜 그리 바빴는지. 이제좀 쉬며 돌아보니 아내와 자식들에게 미안하고 다시 태어나도 그렇게 살까? 하는 생각도 든다. 후회도 많이 되고, 나는 행복했나? 하는 자문도 해본다. 다시 태어나면 무엇이 바뀔까? 아무리 생각해도 별로 달라질 것이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젊은이들에게는 여전히 할말이 많다. 그 굽이굽이 사연이 한 두 가지일까 만은, 이 말은 꼭 해주고 싶다. 인생은 돌아보면 결국 운명이었어하는 생각이 가장 많이 들고, 그 운명을 결정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아내와 직업이었다. 내 일생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은 내 아내를 만난 것이다. 결코 장가 잘 들었다는 뜻이 아니라, 나는 진정으로 내 아내를 사랑한다는 뜻이 아니라, 내가 이 여인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이나마 사람 노릇 했을까 하는 생각 때문이다.


사랑해서 결혼했다고? 사랑하기에 지금까지 살았다고? 괜한 이야기이다. 사랑하기에 결혼한 것이 아니라 결혼했기 때문에 사랑하며 살 수밖에 없었다. 나는 결혼 50년 동안에 500번은 싸웠을 것이고 그동안에 알게 된 흉만 500가지가 넘는데 어찌 사랑하며 살 수 있겠는가? 인생은 사랑하기 때문에 사는 것이 아니라 결혼했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그저 고맙고, 미안하고, 소중하고, 고생시킨 것이 불쌍해서 사는 것이다. 한국인은 더욱 그렇다. 그래서 서양 부부는 임종 때 사랑한다고 말하고, 한국인은 미안하다고 말한다. 무슨 죄를 그리 많이 지었기에얼마나 고생을 시켰기에.


그런데 지나놓고 보니 결혼보다 더 운명적인 것이 있다. 첫 직장이다. 무엇이 행복일까? 즐기면서 돈 벌 수 있는 삶이 행복이다. 우리가 원했든 원치 않았든,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행복의 70%는 돈으로 살 수 있다. 그렇다고 돈 많이 주는 직장이 우선이라는 뜻이 아니다. 일하는 보람이 있어야 한다.


취업을 앞둔 젊은이들에게 진심으로 부탁하건대, 다급한 심정에 우선 취업하고 나중에 생각해보자는 마음에서 아무 직장이나 덜컥 들어가지 말아야한다. 첫 직장은 배필보다 더 운명적이다. 부모님께 미안하여, 결혼을 해야 하는 절박함과 남친/여친 보기에 면목이 없어서, 주위 시선 때문에 우선 취직한 다음에 다시 좋은 직장 옮기면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인생이 그렇게 뜻대로 되지 않고, 그리 만만하지도 않다. 같은 빗물이라도 대관령 정상에서 떨어진 물이 동해로 흐르면 창파(蒼波)가 되고 서해로 흐르면 황톳물이 된다. 인생의 운명도 그와 마찬가지이다.


첫 직장을 옮기는 것은 첫 직장을 찾기보다 훨씬 어렵다. 그러므로 조금 더 기다려야 한다. 초조한 심정에서 마음에도 없는 직장에 덜컥 들어가 인생을 방황하거나 체념하고 사는 무리를 우리는 너무 많이 보았다. 그러므로 마키아벨리(N. Machiavelli)가 말했듯이, 위대한 궁수(弓手)는 과녁보다 조금 높게 겨냥하여 활의 시위를 당겨야 한다. 그리고 역사가 당신을 부르는 순간에 대비하여 능력을 갖추고 깨어 있어야 한다. 그러면 운명의 여신이 당신에게 미소를 보낼 것이다.


당신이 진정으로 능력을 갖추고 기다린다면 세상은 반드시 당신을 부를 것이다.(Real ability is sure of market)


취업을 준비하는 여러 젊은이에게 야망과 영광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