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6년 10월 28일, 민주화를 향한 열망으로 건국대학교에 모였던 청년들의 외침이 40년 만에 다시 조명됐다.
지난 10월 31일 토요일, 건국대학교 학생회관 2층 프라임홀에서 ‘제40주년 10.28 건대항쟁 기념제’가 개최됐다. 이번 기념제는 10.28 건대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당시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의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을 촉구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건대항쟁 참여자와 대학 관계자, 정치권 인사 등이 참석해 40년 전의 기억을 공유하고 앞으로의 과제를 논의했다.
10.28 건대항쟁은 1986년 10월 28일 전국 26개 대학 학생들이 건국대학교에 집결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학생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으나 경찰의 진압으로 교내에서 3박 4일간 농성을 이어갔다. 이후 10월 31일 농성이 종료되는 과정에서 1,525명이 연행되고 1,288명이 구속됐다. 건대항쟁은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한국 민주화운동의 역사에서 중요한 사건으로 평가되지만, 당시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은 오랜 과제로 남아 있었다.
이날 기념식은 건대항쟁의 역사를 돌아보는 영상 상영을 시작으로 개회 선언, 국민의례 및 묵념, 내외빈 소개, 경과보고, 대회사와 환영사, 격려사 순으로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민주주의를 위해 헌신한 이들을 기리며 40년 전 사건의 의미를 되새겼다.
이어진 경과보고에서는 건대항쟁의 역사와 진상 규명을 위한 그간의 노력이 소개됐다. 10.28 건대항쟁계승사업회 김태완 상임공동대표는 2016년 계승사업회 출범 이후 추진해 온 진상 규명 활동과 최근의 성과를 설명했다. 특히 2025년 2월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국가인권침해 관련 결정과 2026년 건대항쟁 관련 재심 개시 결정 등을 언급하며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진실 규명 신청이 이어지고 있으며, 특별법 제정을 위한 움직임도 본격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사에서는 건대항쟁을 특정 집단의 역사가 아닌 사회 전체가 기억해야 할 역사로 확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고용규 10.28 건대항쟁계승사업회 상임공동대표는 건대항쟁이 수많은 청년의 희생과 고통이 뒤따른 아픈 역사이자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건대항쟁이 학생운동에 참여했던 이들만의 역사가 아니라 건국대학교 공동체와 광진구 주민, 나아가 전 국민의 역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영사에 나선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당시 건대항쟁에 참여했다가 구속된 경험을 직접 전했다. 1986년 대학 1학년이었던 김 의원은 건국대학교에서 3박 4일간 농성을 이어갔던 기억을 회상하며, 40년 만에 다시 찾은 건국대학교에서 당시의 경험을 공유했다. 그는 농성 당시 경찰의 강제 진압과 연행 과정을 겪었으며, 사건 이후에도 오랫동안 그 기억이 남아 있었다고 전했다.
김 의원은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 규명과 피해자 명예 회복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국가가 국가폭력에 대해서 정확하게 사과할 건 사과하고 진실을 바로잡을 건 바로잡아야 된다”고 밝혔다. 또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의원으로서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의 조사와 피해자 명예 회복을 위한 노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 밖에도 박상희 건국대학교 총동문회장과 이춘섭 한신대학교 총동문회장 등이 환영사를 전했으며, 송상교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노성철 전국대학민주동문회협의회 회장, 오신환 국민의힘 광진을 당협위원장 등도 기념식에 참석해 건대항쟁 40주년의 의미를 함께했다.
이번 기념식의 주요 순서 중 하나는 ‘10.28 건대항쟁 특별법 제정 촉구 선언식’이었다. 참석자들은 건대항쟁의 진상을 규명하고 피해자들의 명예를 회복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이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이날 선언식에서는 ‘10.28 건대항쟁 특별법 제정 범국민추진위원회 준비위원회’의 출범을 공식 선언하고, 국가 차원의 책임 있는 조치를 촉구했다.
선언문에는 국가폭력의 진상과 책임 규명, 피해자들의 재심 및 명예 회복 지원, 국가의 공식 사과와 정당한 배상·보상, 피해자들의 치유와 생활 지원 등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건대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올바르게 기록하고 교육해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계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석자들은 진상 규명과 개별적인 재심만으로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온전히 회복하기 어렵다며 포괄적인 특별법 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특히 이날 행사에서는 최근 재심 개시 결정을 받은 건대항쟁 피해자 조은주 씨의 영상 증언이 상영돼 의미를 더했다. 조 씨는 1986년 건대항쟁에 참여한 이후 겪었던 국가폭력의 경험과 그로 인해 오랜 시간 이어진 고통을 전했다. 그는 2026년 10월 재심 개시 결정을 통보받았다고 밝히며, 이번 결정이 단순히 개인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것을 넘어 국가권력에 의한 폭력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데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조 씨는 과거의 경험을 다시 떠올리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국가권력이 국민에게 행사한 폭력은 반드시 기록돼야 한다는 생각으로 진상 규명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또한 다른 피해자들에 대한 재심과 명예 회복 절차도 신속하게 확대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전했다. 이러한 증언은 건대항쟁이 단순한 과거의 사건을 넘어 오늘날까지 피해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재의 문제임을 보여줬다.
기념식과 함께 건대항쟁의 기억을 문학과 예술로 나누는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도서 팬 사인회에는 『당신의 시월』의 이경아 작가와 『트라우마 해방일지』의 김용신 작가가 참여했다. 『당신의 시월』은 건대항쟁을 비롯한 한국 현대사의 비극을 문학적으로 조명하며 기억과 연대의 의미를 되짚는 작품이다. 『트라우마 해방일지』는 건대항쟁 피해자의 경험을 바탕으로 국가폭력이 남긴 상처와 치유, 회복의 과정을 담아냈다. 두 작품은 건대항쟁의 역사를 개인의 삶과 연결해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했다.
이어진 ‘10.28 열린음악회’에는 안치환, 정홍일 밴드, 신촌블루스, 블랙홀, 꽃다지, 퍼플피아, 다시우리, 이음줄 등 다양한 아티스트가 참여했다. 음악회는 40년 전 청년들의 아픔을 위로하고 세대를 넘어 기억과 연대의 의미를 나누기 위한 자리로 마련됐다. 기념식이 역사적 사실과 앞으로의 과제를 되짚는 시간이었다면, 열린음악회는 음악을 통해 당시의 기억을 함께 나누고 서로의 마음을 잇는 시간이었다.
4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10.28 건대항쟁은 여전히 기억하고 해결해야 할 과제를 남기고 있다. 이번 기념제는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는 동시에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 실질적인 피해 구제라는 현재의 과제를 확인하는 자리였다. 특히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선언은 건대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기리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국가의 책임과 제도적 해결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1986년 건국대학교에 모였던 청년들의 외침은 40년이 지난 오늘,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향한 요구로 이어지고 있다. 이번 기념제는 건대항쟁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는 동시에, 남겨진 과제를 해결하고 민주주의와 인권의 가치를 미래 세대에 계승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