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몇 해 전, 저는 숨겨왔던 비밀 두 가지를 고백했습니다.
하나는 제가 공부를 잘 못해서 낙제하기 일쑤였던 ‘꼴찌박사’였다는 것입니다. 남들보다 이해력이 부족해서 하나를 배워도 시간이 참 오래 걸렸습니다. 호기롭게 떠난 미국 유학길에서 학교에서 제적을 당하는 바람에 어언 일 년을 동네 공원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이후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모교 생명과학과 교수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아시아태평양 에이즈 학회장, 넥솔바이오텍 공동대표, 에이즈 연구의 아시아 최고 권위자, 아시아를 대표하는 올 해의 인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500인 등 때로 과분한 수식어와 직함이 붙었습니다.
두 번째 비밀은 집안 환경이 넉넉하지 않아서 후원을 받았던 가난한 아이였다는 사실입니다. 부끄러울 때도 있었고, 부모님이 무능력하게 비춰질까 조심스러운 마음에 오랜 시간 혼자만의 비밀로 간직해왔던 사실입니다. 저를 후원한 미국인 ‘에드나’ 후원자는 45년 동안 매달 15달러와 편지를 보내왔습니다. 제가 대학생이 되고, 박사가 되고, 교수가 된 후에도 멈추지 않았습니다. 40년 만에 직접 찾아가 만나기 전까지 궁금한 점들이 참 많았습니다. ‘어떤 사람일까?’, ‘왜 계속 15달러를 보낼까?’ 실제로 만난 에드나 어머님은 부자일 거라고 상상한 것과 달랐습니다. 고령의 나이에도 편의점에서 일을 하고 계셨고, 100세가 될 때까지 비행기를 타본 적 없는 가난한 소시민이었습니다. 15달러는, 후원을 받았던 제겐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그 이상의 사랑이었습니다. 제가 어려운 시기를 보낼 때 좌절하지 않고 일어서는 원동력이 되었고, 차가운 현실의 벽에 작아질 때 위로와 희망이 된 따뜻한 사랑이었고, 언젠가는 그 고마움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제 안에 심어주었습니다.
그런 에드나 어머님의 꾸준한 사랑 덕분일까요? 지난 2021년 1월, 저는 이 꿈을 향해 한 발 내딛게 되었습니다. 30년간의 교수 생활을 마무리하고, 국제구호개발NGO 월드비전의 회장으로 일하게 된 것입니다.
글 | 한국월드비전 회장 조명환(미생물 75) 동문
(학력)
-건국대학교 미생물공학과(학사,석사)
-애리조나대학 대학원(이학박사,1989)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 (행정학석사,2005)
-MIT 경영대학원 블록체인 최고경영자과정(2019)
(주요경력)
-한국 월드비전 회장(현)
-건국대학교 생명과학특성학과 교수(1990-2022)
-아시아태평양 에이즈학회 회장
-넥솔바이오텍 공동창업
-아시아를 대표하는 올 해의 인물
-미국 메릴랜드대학 글로벌교수상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500인
-대한민국 인물대상 - 생명과학
-「꼴찌박사」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