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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양탄자는 누가 짤 것인가 - 원희복(정외 80) 동문
13.10.31 조회수 : 3,031
건대동문
 최근 두 선배와 대화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26년 넘게 기자를 하면서 정치인과 공무원을 많이 만난 관계로 두 분 모두 공무원 출신입니다. 한 분은 중앙부처 고위 공무원을 하다가 정년퇴직한 선배로 우리 건국대 공직자동문회를 오랫동안 이끌고 계신 분입니다. 지금도 후배공직자를 챙기시며 공직자동문회의 '좌장격'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 선배와의 대화속에 공직사회에서 우리 동문의 위상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사실 저는 이번 박근혜 정부의 고위 공직자 인사를 유심히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청와대 비서관과 장관, 차관급 등 정무직에 우리 모교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저는 이 사실을 이 선배에게 얘기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토로했더니 그 선배도 크게 공감하는 것입니다. 그 선배는 "역대 정부에서 정무직에 건대 출신이 단 한 명도 없던 적은 이번이 처음일것" 이라고 말하더군요.
 
어느 사회나 그렇지만 '동문'이라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인간적 유대이며, 사회생활의 중요한 자산입니다. 이것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도 마찬가지이고, 가장 공정하다는 공무원 인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오랫동안 공무원 사회를 지켜보고 <국가가 알려주지 않는 공무원 승진의 비밀>이라는 책을 썼습니다. 저의 관찰에 의하면 공무원 사회의 인사와 승진이 가장 공정할 것으로 생각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실력도 중요하지만 각종 정치적 연줄과 소위 빽이 많이 작용하는 곳은 공직이 아닐까 합니다. 공직인사의 복잡성은 민간기업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을 겁니다. 지금 관가 주변에서 '육사, 성균관대, 동국대 인맥이 다 해 먹는다'는 지적은 빈말이 아닙니다. 그런 면에서 현재 이 정부에 중앙부처 차관급 이상, 청와대 비서관급 이상의 요직에 우리 동문이 전무하다는 것은 참으로 비통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새누리당에서 활동하는 우리 동문도 적잖이 많았을 것인데 왜 힘을 발휘하지 못했을까 안타깝습니다.
 저는 최근 또 다른 선배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밤 11시가 다 된 시간에 전화한 그 선배 역시 바로 얼마 전까지 중앙부처 차관으로 재직하던 분입니다. 퇴직하다 쉬고 있던 그 선배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고향에 시장으로 출마하겠다며 '도와 달라'는 전화를 한 것입니다. 저는 얼마나 다급했으면 이 밤중에 별로 힘도 없는, 유권자도 아닌 저에게 전화했을까 생각 했습니다. 저는 기꺼이 '그러겠노라'라고 응답했습니다.
 마침 그 선배가 출마하려는 지역에 도의원을 하는 우리 동기동창이 있었습니다. 저는 곧장 그 친구에게 전화해 '그 선배 좀 도와주라'고 얘기했습니다. 그 친구는 출마하려는 선배에 대해 동문 선배임을 알고 있었으나 아주 말접한 사이는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 친구 역시 '적극 돕겠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두 선배와의 대화에서 몇 가지 아쉬운 점을 느꼈습니다. 정치권에도 많은 동문이 있을 것이고, 지역 동문모임도 있을텐데, 동문 모두 각개약진 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것은 우리 동문이 서로 조직적으로 연계되지 못하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그 원인은 개인적 성향 혹은 학교와 동창회의 문제 등 여러 가지일 것입니다. 우선 학교와 총동문회, 그리고 국회동문회, 공직자 동문회의 유기적 연결이 부족했을 것입니다.
 과거에는 국회동문회, 공직자동문회, 언론동문회 등이 함께 모임을 갖는 경우도 많았는데 요즘은 그런 유기적 모임이 뜸한 것 같습니다. 씨줄과 날줄이 서로 촘촘히 얽혀야 멋지고 가치 있는 양탄자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동문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각자의 능력과 동문회, 그리고 학교 등이 씨줄과 날줄로 연계돼야 명문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학교가 대외협력을 강화해야 합니다. 그리고 총동문회와 함게 가치 높은 양탄자를 짜야 합니다. '건국가족'의 명품 양탄자는 혼자 짜는 것이 아닙니다.
 
글- 원희복 건국가족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