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반쪽인 모교, 그 사랑법
글 | 김시명 동문(19회 축산 / 전 이사회 의장)
요즈음 우리의 모교 건국대학교가 상종가를 치고 있다. 건국대학교병원이 성공적인 경영으로 한양대병원을 멀찌감치 따돌리고 이제 서울 아산중앙병원을 추격하고 있으며 대학 평가를 위한 착실한 준비가 로스쿨을 유치하는 커다란 개가를 올렸다. 이러한 성과가 사회적인 평가로 연결되어 우리 동문들이 모두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명문대 졸업생이라는 칭송을 받고 어깨가 한층 으쓱해짐을 스스로 느끼고 있는 것이다. 오늘의 자랑스러움은 물론 교직원을 비롯한 건국인 모두가 밤낮없이 노력한 결과물이지만, 주동력은 역시 훌륭한 이사장과 유능한 총장이 최대의 출력으로 건국호를 쌍끌이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모교란 운동선수의 백넘버와 같아서, 건국대학교와 나는 하나로 묶여진 공동 운명체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모교의 위상이 곧 바로 나의 사회적 평가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마치 중국펀드에 가입한 사람이 중국의 주가에 일희일비하는 것처럼 모교의 부침에 우리 역시 지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시점에 즈음하여 우리는 모교에 대하여 지금까지 견지했던 모교사랑의 방식이 과연 최선이었던가를 다시 한 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하겠다. 우리는 모교를 어떤 방식으로 사랑하고 모교의 발전을 위하여 어떻게 기여해야 하는가? 모교에 대한 동문의 역할은 흔히 졸업을 한 후에 사회에 뛰어들어 돈 많이 벌어 학교발전기금을 남보다 많이 내는 것이 모교를 사랑하는 첩경이고 모교 발전에 기여하는 일반적인 길이라고 간단하게 정리하기 쉽다. 모교 사랑의 방법이 이것뿐일까? 그런 형편이 못되는 동문들은 어떻게 해야 하나. 방법이 없지만은 않을 것이다. 마음만으로도, 지혜로도 또 진취적인 발상으로도 모교의 발전을 위해 기여할 길은 많이 있을 것이다.
동문은 학교의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수년전 외부 인사가 모교의 이사장이 되었을 때 동문회의 한 간부와 이사장이 주인논쟁을 벌인 적이 있었다. 그 당시 이사장은 전 이사장을 법정에 고발해 놓은 상태이고 이런 상황으로 인하여 동문을 비롯한 건국인들 눈에는 이 이사장이 학교를 사유화하려 한다는 인상으로 비치게 되었던 것이다. 민감한 시점이기 때문에 일단 불붙은 주인논쟁은 서로가 물러서기 곤란한 입장이었다. 이사장은 이사장대로 생각하는 바가 있어서 학교라는 것은 일종의 사회재산으로서 일반 사회가 주인이므로 사회인 중에서 유능한 사람이 이사장이 되어 주인의식을 가지고 학교를 경영하는 것은 법적으로 당연한 것이라는 생각이었고 동문회의 간부는 그 견해에 동의를 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일반적으로 사립학교는 설립자로부터 세대가 멀어질수록 학교의 실질적인 주인은 설립자 가족으로부터 점차 동문회로 그 비중이 옮겨가기 마련이고 이는 세계의 유명한 대학들의 예를 보더라도 보편적인 추세이다. 그때 동문회 간부는 이러한 사실에 기초를 두고 주인론을 폈는데 그 당시 그가 주장한 주인론의 줄거리를 요약하면 대개 다음과 같다.
건국대학교의 주인이 건국인이라는 말에 대해서는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것은 일반적인 표현으로 무리가 없을 뿐 아니라 실제 건국대학교와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인식에 있어서도 아무런 하자가 없기 때문이다.
건국인을 크게 나누면 셋으로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첫째는 현재 학교에 재학하는 학생이요, 두 번째는 교직원이며, 그 다음은 이 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인 것이다. 주인이라는 개념에서 보면 재학생은 학교의 태생적인 주인임에 틀림없지만 아직 미성숙된 주인으로서 권리는 부여할 수 있으나 의무를 부과할 수는 없는 주인이다. 따라서 재학생은 아직 미성숙 주인이라 할 수 있으며 두 번째, 교직원을 보자. 교직원은 태생적인 건국인이 아니기 때문에 한시적인 주인이라 하겠다. 교직원이 학교에 근무한 경력으로 인하여 영원한 건국인이 된다면 이는 아주 바람직한 일이며 우리는 이를 위하여 건국인의 위상을 드높일 필요가 있고 이들을 포용하여 건국가족으로 융화시킬 책임이 있다.
세 번째 이 학교를 졸업한 동문들이야 말로 태생적 건국인으로서 권리와 의무를 동시에 부여할 수 있는 성숙되고 완전한 주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동문은 학교의 아웃사이더가 아니다. 동문은 건국대학교의 주인으로서 건국대학교의 명성이 올라가면 그 과실을 고스란히 가질 수 있는 주체이며 따라서 모교의 발전에 주인으로서의 책임 또한 마땅히 져야할 입장임을 분명히 천명한다.
칭찬 아끼지 말고, 과감하게 질책도 하자
내가 주인인 학교가 운영이 잘되어 크게 발전한다면 이보다 좋을 수 없겠지만 반대로 경영이 잘못되어 학교가 남보다 뒤처진다면 이건 참을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러한 측면은 사회에서도 이미 공인되어 최근에 개정된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학교의 경영기구에 대학 평의원회가 새로 생기고 이 기구에 동문의 대표가 참여하도록 되어 있는 것이다. 이와 때를 맞추어 동문회의 회칙도 현실에 맞게 개정되어야 하며 학교의 경영에 참여할 대표를 뽑는 방법과 절차를 회칙에 명시해야 하는 것은 이 또한 당연한 일이다.
이러한 내용의 회칙 개정안이 동문회 상임이사회의 위임을 받은 회칙개정 소위원회에서 발의되어 상임이사회의 승인을 받아 이사회 통과를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동문의 대표가 학교의 경영에 참여하게 되는 일은 이제 곧 현실화 될 것이다. 사회에서 쌓은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서 다듬어진 동문들의 경영능력이 십분 발휘되어 우리의 모교 건국대학교를 5대 명문 사립에서 3대 명문 사립으로 도약하는 데 일조하게 되리라는 것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우리 동문 모두는 물심양면으로 똑같은 노력을 경주해야 될 때라고 생각된다.
모교에 대해서 더 깊이 알고 더 많이 알려서 우리 모교가 이제 자랑스런 학교임을 사회 각계에 인식시키자. 학교가 잘하는 것은 칭찬을 아끼지 말고 못하는 것은 과감하게 질책하자. 이것이 학교의 주인으로서 모교를 사랑하는 또 다른 한가지의 올바른 길이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