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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호를 바라보며] 건국인의 건배사 "세우자~세우자~세우자"
14.11.12 조회수 : 5,733
건대동문
얼마 전 퇴근하는데 세월호 참사에 항의하는 대학생들의 가두 시위대가 회사 앞을 지나갔다. 오랜만에 보는 대학생 가두시위라 얼른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기자들은 본능적으로 사건 현장과 마주치면 펜과 카메라를 찾는다. 요즘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누구나 실시간 보도할 수 있는 시대이다. 누구나 기자가 될 수 있는 시대인 것이다.
 
그런데 그 시위대 말미에 주먹을 치켜들고, 구호를 외치는 낮 익은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대학교 동기동창인 모 선배였다. 그는 군대를 마치고 대학에 들어와 필자보다 나이가 다섯 살이나 많았다. 그래서 같은 학번이지만이라고 불렀다.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에 있는 모 중학교 사회선생으로 근무하고 있다. 올 환갑으로 허옇다 못해 벗겨진 머리의 그 형은 대학생들과 어울려 시위대를 따르고 있었다.
 
우리 두 사람은 광화문 한 호프집에 마주 앉았다. 그 형은현직 교사가 시위하는 것을 학교가 알면 안된다면서“SNS에 자신의 얼굴이 나오면 안된다며 웃었다. 그 형은 내후년이 정년퇴직이라고 했다. 교사의 정년퇴직은 62세이다. 가만히 생각하니 필자도 정년이 채 2년도 안 남았다. 그 형과 같은 해 정년퇴직인 것이다. 두 사람은 이 험한 세상 아직 월급쟁이로 버티고 있다는 사실에서로 격려했다.
 
그리고 우리는 35년 전 파란만장한 대학시절을 회고했다. 같이 지하서클을 하면서 MT를 갔던 이야기, 학내 시위로 서클 동료 2명이 구속돼 결국 학교를 그만두어야 했던 때를 이야기 했다. 반가운 것은 그 형의변치 않는 초심이다. 오랜만에 대학동창을 만나 30여 년전 얘기에 빠지다보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러고 보니 필자도 일 년에 몇 번 안 되는 동창모임에 빠진 경우가 많다. 얼굴을 겨우 장례식장에서 보거나, 자식들 결혼식장에서 보기도 했다. 솔직히 그것도 참석하지 못하고 대신 성의를 전하는 경우가 많았다. 바쁘다는 핑계를 대지만 그것은 나의 게으름 때문일 것이다.
 
나이가 들고 동창모임에 참석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참석하는 사람이 점차 줄고 있다는 점이다. 그나마 현직에 있을 때 참석 잘하던 친구도, 은퇴하면 뜸해진다. 스스로 친구에게 내세울 것이 없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젊은 친구들은 생업에 바빠 참석하지 못한다. 회비가 부담스러워 참석을 꺼리는 사람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선배들은 동창모임의 회비는 최소한으로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이가 들면서 생각나는 것이 옛 친구이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필요도, 열정도 없어지는 나이가 되면 더욱 옛 친구들이 그리워진다. 오늘같이 가을비가 오는 날에는 더욱 그렇다. 이럴 때는 주저 말고 전화를 걸어야 한다. 종로5가 광장시장, 아니면 화양시장 빈대떡집에서 막걸리라도 한잔 하자고 먼저 전화해보자.
 
그러고 보니 벌써 2014년도 막바지에 이르고 있다. 올 연말에는 대학동창회 망년회는 꼭 참석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과별 모임 좋고, 기수별 모임도 좋고, 총동창회도 좋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소주에 맥주를 섞은 폭탄주를 만들어 한 잔씩 권해보자. 그리고 옛날 얘기를 하며 웃어보자. 세상 모르고 객기 부리던 시절, 암울했지만 뜻을 키웠던 시절을 회상해 보자, 황소상 앞에서 군대 가던 친구 송별회 하던 얘기도 좋고, 어두워진 일감호에서 여학생과 입맞추던 얘기는 더욱 좋지 않은가.
 
여기에 하나 더 추가하면 멋진 건배사도 하자. 필자가 즐겨 쓰는 건배사는세우자이다. 건국대의 나라를 세우자는 의미와 같다. 하지만 필자의 건배사에 담겨 있는 세우자에는 의미가 더 있다. 새해를 맞아 좋은 계획을 세우고, 흔들리는 나라를 바로 세우고, ‘그것이 서지 않는 사람은 건강을 키워그것을 세우자는 의미이다. 세우자의 의미는 각자 좋게 해석하면 된다. 어떤가, 건국인의 건배사로 훌륭하지 않는가.
~ 우리 건국인들 함께 세 번 외쳐 봅시다. 세우자~세우자~세우자
 
 
·원희복 건국가족 편집위원
정치외교학과 80학번으로 경향신문 전국부장, 주간경향 편집장, 선임기자 등을 역임하고 현재 경향신문 편집국 콘텐츠운영팀장으로 있다. <족일보 사장 조용수 평전>을 저술해
민주시민언론상 본상을 수상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