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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전문가로서의 삶의 기반을 만드는 장소
22.02.23 조회수 : 376
건대동문

'삶은 성공이 아닌 성장의 이야기다' (인간의 품격, 데이비드 브룩스, 2015)

 

 우리의 삶의 형태는 2020년을 기점으로 크게 바뀌었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던 코로나 19, 마스크와 방역, 그리고 백신접종 등 이전의 일반적인 생활의 상황에서 그 범위와 이용 시간대는 크게 달라졌고 초반에는 수십 명의 확진자에도 크게 동요했던 시기가 새해인 2022년에 들어 17,000여명을 오가는 상황이 되었고, 2월에 들어서는 3만 명도 훌쩍 넘어섰다. 이제는 마치 감기와도 같이 생활하게 되는 상황 앞에 있다. 이러한 여러 일상생활의 변화 중 가장 크게 우려가 되는 곳은 바로 교육의 장소가 아닐 수 없다.

 

 2020년부터 각 단계마다 학교에서 가장 큰 행사인 졸업식과 입학식의 형태도 가족과는 함께 하지 못하고, 대학에서는 동기들과 함께 전문가적 수업과 사회적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여러 모임들 역시 사라졌을 뿐 아니라 캠퍼스를 누리는 생활도 이미 사라졌으며 이제는 온라인을 기반으로 컴퓨터 속에서 수업이 이루어지는 것이 당연한 현실이다.

 

 1989년에 원하던 건축과에 진학 후 학사와 석사 그리고 박사과정까지 진행할 동안 1990년대는 대학의 강의실과 설계스튜디오, 캠퍼스와 인근의 지역의 생활이 당연했고, 서울의 곳곳은 물론이고 필요한 지역의 답사와 여행은 전공에 필수적이고 즐거움을 동반하는 시간들이었다. 더불어 이 모든 시간은 학과의 동기, 선후배와 밀접하게 함께하는 생활이었다. 1998IMF가 덮쳤을 시기에 유럽의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2006년 다시 서울로 돌아왔고 건축에 대한 연구와 교육을 시작하여 현재까지 수많은 학생들과 현장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일을 하는 교육적인 범위의 생활을 하고 있다.

 

 건축은 사람들의 일상의 생활과 매우 밀접한 기술적이고 전문적이며 인문적인 분야이다. 인간의 생활에 필요한 공간과 중요한 의미를 담는 장소를 만들기 위한 일이 바로 건축이다. 현재에는 세계의 모든 나라와 지역을 불구하고 다양한 건축의 공간과 장소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도시 속에서 사람들이 대부분의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러한 이야기를 주제로 하여 인문학적 관점과 전문적인 내용을 담아 여러 세대에게 건축을 글과 강연을 통해 이야기로 전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들 속에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인간적인 삶과 그러한 인간들 간의 관계성으로 만들어지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이다. 사람들은 사회적인 범위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이렇게 여러 공간과 장소를 기반으로 하는 우리의 삶에서 현재 모든 사람들의 불편을 자아내는 코로나 19로 인해 특히 대면의 상황이 어렵고 어색해지고 있다. 사회적 상황에서 사람들의 관계의 거리에 대한 대응방법이 크게 바뀌었고, 무엇보다 사람들의 성장이 이루어지는 학교의 공간이 가장 크게 관계와 거리가 교육의 질적인 수준을 염려할 수밖에 없도록 달라졌다. 단순히 교실에 모여 수업하는 기회의 박탈로 인해 교육의 전달과 습득의 수준은 크게 저하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수준의 저하보다 인간적 관계를 형성하는 중요한 시간들이 상실되어 초등 중등 및 고등의 학교공간도 적합한 정서적인 성장이 어려운 실정이고, 이러한 상황은 대학에서도 더 확연해져서 지난 2년간 강의가 이루어진 강의실과 캠퍼스의 모습은 본인에게 수시로 30년 전의 대학 생활 안에서 존재했던 인간적인 향수를 불러일으켰던 것이 사실이다. 대면수업에서 얻어지는 관계의 형성 없이 사회로 진출하게 될 예비 성인들에 대하여 안타까움과 걱정이 생기는 것은, 이미 내가 중년의 시간을 살아가는, 교육을 일로 하는 사람이기에 갖게 되는 우려일지... 교육적인 장소 안에서 함께 하는 시간을 통해 다양한 삶의 형태와 방법들을 배우게 되는 대학 생활, 그 시간들의 과정에서 전문가로써의 지식과 함께 타인에 대한 자연스러운 배려와 인간적인 관계의 형성, 다양한 인맥과 폭넓은 기회들이 비대면의 상황에 의해 매우 취약해지고 있다. 대학의 시간들은 그야말로 함께 살아가는 삶의 기반을 만드는 장소로써의 역할이 매우 크다. , 대학은 전문가적인 지식을 습득하고 제대로 된 관계를 이해하며 힘 있는 한 사람으로 성장하여 사회로 나아가게 되는 중요한 장소가 아닐 수 없다.

 

 이제 곧 3월이면 또 새로운 신입생들로 대학의 학기가 시작될 것이다. 아무리 코로나19가 여전하다 하더라도 대학의 학문의 역할과 장소로써의 가치와 의미는 공간 속에서 개개인에게 중요하게 다가갈 수 있기를 희망한다. 대학, 전문가가 되기 위한 지식을 인간관계 속에서 함께 습득하고 성장하여 개인의 삶의 준비가 이루어지는 대학과 캠퍼스, 30여 년 전의 대학 생활에서는 당연했던 다양한 이야기와 토론, 동아리활동, 모임들과 수업들로 북적이는, 그러한 교육 공간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생활의 시간이 주는 힘을 대학생들이 제대로 누리고 느낄 수 있는 2022년이 흘러가게 되기를 바란다.

 

| 건축가 정현정(건축 89) 동문

· 국립프랑스건축사

· ()에코이노 부설 도시공간교육디자인연구소 소장

· 세명대학교 건축학과 겸임교수

· 한국복지대학교 유니버설건축과 외래교수

· 한국부동산원/한국장애인고용공단 Barrier Free 건축인증심사위원

· 서울시 UD센터 전문가 자문위원

· 광진구/제천시 건축심의위원, 성동구 도시계획위원

· 도봉구 공공디자인 위원, 충북도청 건설기술심의위원

· 교육부 학교공간혁신 그린스마트미래학교 사업 사전기획가

 

저서

퇴근길인문학수업 : 전진공저, 2018, 한빛비즈

교실밖인문학콘서트 2공저, 2021, 스마트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