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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富)의 불평등은 사회적 갈등의 원천 - 구병두(농교 74) 동문
22.09.02 조회수 : 543
건대동문

 21세기에 대통령 한 명이 총국민소득(gross national income)과 국부(國富)의 대부분을 보유한 나라가 있다. 바로 독재국가 적도기니(Equatorial Guinea)이다. 그러나 독재국가가 아닌 민주국가에서도 불평등은 존재한다. 우리나라도 평등이 아젠다(agenda)로 떠오른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평등과 불평등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다. 평등에 관한 문제가 곧 불평등 문제이다. 평등하지 않음으로서 불평등이 야기되기 때문이다. 많은 경제학자들과 사회학자들은 민주국가 가운데 미국을 가장 불평등한 나라들 중 하나라는 데에는 이견(異見)이 없을 것 같다. 우리나라도 미국 못지않게 부의 불평등이 날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어 문제가 심각하다.

 

 재레드 다이아몬드(Jared Diamond)에 따르면 미국인 상위 1퍼센트가 벌어들인 조정 전 국민소득은 1970년대에는 10퍼센트에 미치지 못했지만, 오늘날에는 25퍼센트 이상으로 증가했다. 부유한 계층 내에서도 불평등의 격차가 더 커진 셈이다. 상위 1퍼센트의 소득이 상위 5퍼센트보다 훨씬 증가했다. 미국의 3대 부자(20224월 현재 일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 빌 게이츠)의 순자산을 합하면 하위 40퍼센트(13천만 명)의 순자산을 합친 금액과 거의 비슷하다는 것이다. 또 미국 국민 중에서 억만장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두 번째로 비율이 높은 캐나다와 독일의 두 배이고, 대부분의 주요 민주국가와 비교하면 일곱 배나 높다고 한다.

 

 미국에서 재분배(redistribution) 정책을 통해 실제로 소득세율, 저소득층을 위한 교환권과 보조금 같은 지출 등이 다른 주요 민주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의 노력과 능력 부족 탓으로 돌리며 더 열심히 일하면 삶이 윤택해질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짐으로써 불평불만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또한 공정하다는 착각: 능력주의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는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Michael J. Sandel)은 식품구입권(food stamps) 등 저소득층을 위한 정부의 지원은 일종의 악습으로 가난한 사람을 부당한 방법으로 풍족하게 해준다는 믿음이 다른 민주국가에 비해 널리 홍보된 것도 빈부격차가 확대되는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주장한다.

 

 미국의 정치권력은 대체적으로 가난한 사람보다 부유한 사람이 선거인 명부에 등록을 하고 투표하며 정치인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 더 쉽기 때문에 부유한 계층에 유리한 정책을 펴 계층 간의 빈부격차를 부추기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동안 무일푼에서 부자가 될 수 있다는 아메리칸 드림(American dream)’을 표방해왔던 미국인의 믿음은 신화에 불과한 것이었다. 오히려 무일푼에서 부자로 성공할 가능성은 미국보다 다른 주요 민주국가에서 더 높다. 부자인 부모가 더 많은 교육을 받음으로써 자녀교육에도 더 많은 돈을 투자하며 자녀에게 경력 관리에 더 유익한 지인을 소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제학자 리처드 리브스(Richard Reeves)와 이사벨 소힐(Isabel Sawhill)에 의하면 부자 부모를 둔 자녀가 가난한 가정의 자녀보다 대학을 졸업할 가능성이 10배나 높다는 실증적 연구를 통해서도 부모들의 경제적 불평등이 자녀들의 노력과 능력과는 상관없이 대물림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미국 최고경영자의 평균 소득은 1980년에 이미 동일 회사 근로자 평균임금의 40배였는데, 이제는 수백 배까지 치솟았다. 또 다른 주요 민주국가들과 비교할 때 미국 부자의 경제적 지위는 월등히 높은 반면 가난한 미국인의 경제적 지위는 더 낮다. 미국에서 빈부격차가 점점 심화되는 이유는 정부 정책을 통해 부유한 계층에서 가난한 계층으로 이전(移轉)하는 돈은 다른 주요 민주국가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기 때문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우리나라도 미국과 별반 차이가 없는 것 같다.

 

 안타깝게도 코로나 펜데믹 이후에는 계층 간의 빈부격차가 한층 더 벌어졌는데, 부국보다는 빈국이, 부유한 사람들보다는 가난한 사람들이 더 큰 피해를 입었다. 미국의 경우는 유색인종들이 특히 심각하리만큼 피해가 컸다. 그들 가운데는 리스크가 큰 직종 종사자가 유난히 많았기 때문이다. 백인에 비해 라틴계의 사망률은 22퍼센트 높았고, 흑인은 40퍼센트 이상이었다.


 이제 부의 불평등은 계층 간의 갈등뿐만 아니라 국가 간의 갈등, 인종 간의 갈등, 세대 간의 갈등, 성별 간의 갈등으로 파국의 늪을 향해 질주하는 사회가 돼버렸다. 부의 불평등은 사회적 갈등의 원천이라 하여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러기에 날로 급증하는 사회적 갈등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부의 불평등을 줄이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