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원은 AI가 아니라 ‘사람’에게 가야 한다
AI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는 시대, 우리는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어떤 나라가 ‘살맛나는 나라’이며, 어떤 경제가 ‘지속 가능한 경제’인가.
오늘날 세계 경제는 불확실성과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리고 있다. 기술은 발전했지만 일자리는 줄어들고, 성장은 숫자로만 존재할 뿐 국민의 삶은 나아지지 않는다. 이 같은 시대에 “국민행복”, “좋은 일자리”, “경제민주화”라는 구호가 선언에만 머문다면 그것은 더 이상 희망이 아니라 기만이 된다.
진정한 해답은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다. 바로 중소기업이다.
독일 경제의 힘, 중소기업에서 나오다
세계 최강의 제조 강국 독일. 그 경제의 뿌리는 대기업이 아니라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강소기업들이다. 전 세계 히든 챔피언 2,700여 개 중 절반 가까이가 독일 기업이며, 이들 중 80% 이상이 가족기업이다. 이들은 화려하지 않지만 세계 시장 점유율 1~3위를 차지하는 기술 중심 기업들이다. 독일은 이들이 세대를 넘어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상속세 부담을 완화하고 가업 승계를 제도적으로 보호해 왔다. 그 결과 기업에 축적된 기술과 암묵지가 단절되지 않고 이어졌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은 수직적 ‘갑을 관계’가 아닌 수평적 협력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강한 중소기업이 존재하기에 노동시장의 양극화도 완화되고, 사회 전체가 안정될 수 있었던 것이다.
대학 졸업장이 없어도 존엄한 삶이 가능한 사회
독일의 또 다른 강점은 기술자에 대한 존중이다. 그들은 반드시 대학에 가지 않는다. 중·고등학교를 졸업하고도 중소기업에 취업해 숙련된 기술자가 되면, 대졸자보다 더 안정적인 소득과 사회적 존경을 누릴 수 있다. 국가는 성실하게 일하는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주거, 복지, 금융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제공한다.
반면 한국 사회는 어떤가. 대졸이 아니면 출발선에조차 설 수 없고, 직장의 ‘간판’에 따라 금융 대출 금리까지 차별받는다. 이 구조 속에서 학부모들은 사교육과 학자금 대출의 늪에 빠질 수밖에 없고, 청년들은 취업난 속에서 좌절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와중에 중소기업들은 “사람이 없어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이는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실패다.
AI시대에 지원은 AI가 아니라 ‘사람’중심으로 가야 한다
지금까지의 중소기업 정책은 대개 기업 지원에 머물렀다. 그러나 진짜 핵심은 AI가 아니라 사람이다. 열악한 환경에서도 묵묵히 일하는 중소기업 노동자에게 정부가 전폭적인 제도적 지원을 해야 한다. 주거, 교육, 의료, 금융, 노후까지 삶의 전반에서 “중소기업에 다니면 손해”라는 인식을 깨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들이 대기업과 공공기관이라는 좁은 문에만 매달리지 않게 된다. 그래야만 AI 시대에도 인간의 자리가 사라지지 않는다.
중국이 독일 모델을 자국 환경에 맞게 재설계한 ‘전정특신(專精特新)’ 전략으로 새로운 히든 챔피언을 키우고 있는 것처럼, 한국 역시 우리 현실에 맞는 중소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좋은 일자리는 중소기업에서 시작된다
“좋은 일자리 창출”은 대기업 몇 곳을 키운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대만처럼 튼튼한 중소기업이 많아질 때, 기술자가 존중받을 때, 중소기업에 근무해도 자부심을 가질 수 있을 때 비로소 가능한 이야기다.
AI 시대의 국가는 더 이상 일자리를 ‘나눠주는’ 존재가 아니라, 일할 가치가 있는 사회를 만드는 조력자여야 한다.
중소기업에 눈을 돌리는 순간, 우리는 더 많은 일자리와 더 나은 삶, 그리고 진정한 국민행복에 한 발 더 다가설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방향을 선택해야 할 시간이 아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