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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희 칼럼] 세상은 한 사람으로 시작하지만, 자기가 키운 제자들로 완성된다
26.05.06 조회수 : 10
건대동문

위대한 조직은 능력보다 먼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다

세상의 위대함은 화려한 비전이나 카리스마 있는 리더십만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그것을 끝까지 지켜내는 힘은 제자들에게서 나온다. 그들은 지도자의 목적에 공감하고, 규율을 내면화하며, 스스로를 단련하는 사람들이다. 이들이 존재할 때 조직은 일시적 성공을 넘어 지속 가능한 위대함으로 나아간다.

 

인류 역사에서 오랜 세월 영향력을 유지해온 사상과 공동체를 떠올려보라. 공자, 석가모니, 예수, 소크라테스. 이들이 남긴 것은 단순한 가르침이 아니었다. 그들은 제자를 길러냈고, 제자들은 스승의 뜻을 삶으로 증명하며 공동체를 확장시켰다. 위대한 조직의 본질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을 모으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깊게 만드는 것이다

세상을 이끌어가는 제자는 단순한 추종자가 아니다. 그 제자는 스승이 원하는 목적을 자신의 기준으로 삼는 사람이다. 지도자의 비전을 외부의 지침이 아닌 내면의 규범으로 받아들이고, 그 기준에 스스로를 맞추며 행동하는 존재다. 이들은 감시가 없어도 흔들리지 않고, 보상이 없어도 멈추지 않는다. 그래서 그 조직은 제자가 많을수록 가벼워지고 강해진다.

 

위대한 조직은 능력보다 먼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다

반대로 조직을 무너뜨리는 가장 치명적인 위험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서 발생한다. 배반이다. 신곡에서 단테는 지옥의 가장 깊은 곳에 배반자를 배치했다. 그 이유는 명확하다. 배반은 단순한 실수나 무능이 아니라, 신뢰라는 보이지 않는 토대를 파괴하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조직에서도 마찬가지다. 목적을 공유하는 척하면서 결정적 순간에 규율을 저버리는 사람 한 명이 수십 명의 헌신을 무너뜨린다.

 

경영학자 짐 콜린스는 위대한 기업의 조건으로 규율 있는 사람(Disciplined People)’을 강조했다. 이는 단순한 성실함을 의미하지 않는다.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그 기준을 지키는 내적 강인함이다. 결국 그는 제자를 말한 것이다. 위대한 조직은 능력보다 먼저, 배신하지 않을 사람을 찾는다. 그리고 그들에게 사고할 자유와 실행할 책임을 동시에 부여한다.

 

문제는 많은 조직이 사람을 채우는 일사람을 키우는 일을 혼동한다는 데 있다. 아무나 태운 버스는 처음에는 따뜻해 보인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방향이 흔들리고, 규율은 무너진다. 결국 성과를 내는 사람은 떠나고, 남은 조직은 규정과 감시로 버티는 친절한 지옥으로 변한다.

 

관계는 남지만, 목적은 사라진다

따라서 위대한 조직일수록 더 엄격한 기준을 가져야 한다. 따뜻한 공감과 냉정한 규율이 동시에 필요하다. 목적에는 누구보다 따뜻하게, 기준에는 누구보다 단호하게. 이 균형이 무너질 때 조직은 무너지기 시작한다. 결국 조직의 미래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지도자는 방향을 만들고, 제자는 그 방향을 현실로 만든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인재가 아니다. 더 많은 제자형 인재. 배신하지 않고, 스스로 사고하며, 목적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런 사람을 알아보고 키워낼 수 있는 리더십이다.

 

세상의 위대함은 지도자 한 사람의 재능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것은 끝까지 남아 있는 사람들의 태도로 완성된다. 그래서 오늘도 우리는 묻는다.

우리 조직에는, 과연 진실한 지도자와 제자 같은 사람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