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 준공식이 열린 지난 4월 27일. 20년 대공사가 끝나는 날이었지만 한국농어촌공사 직원들은 흥분이나 감격을 맛볼 틈이 없었다.
1991년 첫 삽을 뜬 이후 숱한 논란과 다툼을 낳았던 33.9㎞ 세계 최장(最長)의 방조제. 이제 온 국민과 전 세계 앞에 왜 지금껏 이 거대한 구조물을 만들었나 하는 진짜 이유를 보여줄 일이 시작된 것이다.
지금까지의 토목공사가 우직한 뚝심의 결과였다면, 새로 생겨날 여의도 140개 면적의 거대한 육지를 사람과 돈과 기회가 넘쳐나는 땅으로 바꾸는 일은 창조적인 상상력과 글로벌한 네트워크 없이는 어림도 없는 일이다. 홍문표(농화 67) 사장은 농어촌공사에 이런 새 엔진을 장착하고 있는 주인공이다.
미래 새만금의 성패는 이곳 산업단지에 질 좋은 해외자본과 기술력 있는 다국적 기업을 얼마나 유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전라북도는 전 세계에 유치대상 기업 101개를 정해놓고 맨투맨으로 뛰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가 매력을 느낄만한 청사진을 새만금 세일즈맨들에게 쥐어주는 것이 '홍문표 호(號)'의 일이다.
홍 사장이 생각하는 새만금 산업단지는 지금껏 만들어진 그 어느 국내외 공단과도 다른 모습이다. 그는 "물의 도시 이탈리아 베네치아처럼 단지 안에 깊이 3~4m, 폭 100m의 물길을 내서 이 위로 사람과 화물이 흘러다니는 '해양개방형 도시'로 만들겠다"고 말한다. 72㎞ 자전거 도로를 더하고 100㎡당 20㎡에 이르는 녹지를 만들어 '자연과 공존하는 명품도시'로 꾸밀 계획이다. 철도와 고속도로, 공항과 부두 같은 교통인프라는 기본이다.
홍 사장은 "새만금을 중심으로 반경 1200㎞ 안에 중국·일본·러시아 등 인구 7억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말한다. 새만금이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하다는 것이다. 그는 "글로벌 기업 유치를 위해 조성 원가 이하로 저렴하게 부지를 공급할 예정"이라는 말도 빼놓지 않는다. 새만금엔 국내외 12곳의 기업이 입주의사를 밝혔고, 6개 해외기업과는 투자유치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는 취임 후 지열과 풍력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홍 사장은 "우리나라 산업의 96% 이상이 석유에 의존하고 있는데 석유는 앞으로 몇 십년 후 고갈될 수밖에 없다"며 "우리나라는 신재생에너지 같은 대체에너지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사장은 우리 농어촌 곳곳의 풍력과 태양열을 활용한 신재생에너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홍 사장은 정치인 출신이다. 1985년 국회의장 정무 수석비서관을 시작으로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국회에선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간사를 맡았다. 그가 농어촌공사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정치인 출신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다녔다.
하지만 홍 사장은 정치인 특유의 부지런함과 친화력으로 현장을 누볐다. 새벽 5시에 일어나 오전 7시 전후부터 일과를 시작하는 그는 카니발 승합차를 타고 작년 한 해 동안 500곳이 넘는 사업현장을 누볐다.
그는 "중간 간부는 많고, 현장을 뛰는 조직은 왜소한 항아리형 구조로는 살아남기 어렵다"며 노조를 설득, 전체 인원 6000명 중 15%인 844명을 감축했다.
올 1월에는 업무성과가 낮은 부서장 및 팀장급 보직자에 대해 경고조치를 하고, 보직을 강등하는 문책성 인사로 조직 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하지만 일반직원은 봉급의 5%, 간부는 30%, 사장은 50%를 떼어내 86억원을 만들었고 이를 퇴직자들에게 전달하는 '고통분담형 구조조정' 사례도 남겼다. 이런 노력의 결과는 최근 지표로 나타나고 있다. 농어촌공사는 정부의 경영평가에서 만년 하위권을 벗어나 잇달아 '우수' 평가를 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