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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축구 세계 3강 신화 이끈 최인철(사학 90) 감독
13.01.16 조회수 : 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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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 좀 더 부드러워질 수 없어요." 20세 이하 여자월드컵 3ㆍ4위전 이후 '쫑파티'에서 지소연(한양여대)이 최인철 감독에게 작은 바람을 털어놓았다. 세계 3위 신화를 이끈 최인철 감독이 선수들을 어떤 방식으로 통솔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만든 대목이다. 2000년 여자부 지도자로 발을 디딘 후 11년 동안 여자축구 발전에 노력한 최 감독은 섬세한 선수들을 다루기 위해 강약 조절을 완벽하게 해냈다. '호통치는 감독'과 '소통하는 감독' 사이를 자유롭게 넘나든 최 감독의 '맞춤형 리더십'이 한국 여자축구를 그늘에서 빛으로 옮겨 놓은 비결이었다.
 
▲이른 지도자 데뷔는 '하늘의 계시?'
 
건국대 졸업 후 군복무까지 마친 최 감독은 프로선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클럽팀과 함께 훈련하며 몸을 만들었던 그는 1997년 여름 프로팀 대전과 전남의 입단 테스트를 앞뒀다. 하지만 테스트가 예정된 바로 전날 최 감독은 교통사고를 당하고 말았다.
 
 그는 "목과 허리를 다쳐 2주 동안 꼼짝 없이 병원에 있어야 했다. 교통사고 후유증으로 결국 프로의 꿈을 접었고, 이를 하늘의 계시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하늘의 계시'는 곧바로 지도자 생활로 연결됐다. 최 감독은 친구 윤종석 감독의 권유로 1998년 동명초 남자부를 가르치면서 지도자 공부를 시작했다. 그리고 최 감독은 2000년 여자부가 창단되면서 여자축구의 흥미 속으로 점점 빠져들었다.

그는 "여자 선수들의 발전 속도는 느리지만 잠재력이 엿보였다.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는 게 뿌듯했다"고 고백했다. 최 감독은 2001년 동명초 졸업생들을 데리고 오주중 여자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승승장구했다. 3년간 단 한 번도 패하지 않고 60연승 행진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또 2005년부터 동산정보고를 이끌고 매년 3관왕, 5관왕, 3관왕에 올라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는 "지도자로서 우승컵을 많이 받았지만 현역 시절에서는 고2 때 감투상 받은 게 유일하다"고 미소를 보였다.
 
▲하루 3시간씩만 잔 '축구 공부벌레'
 
2004년 국제축구연맹(FIFA) 19세 이하 여자 월드챔피언십 관전을 통해 최 감독은 새로운 꿈을 꿨다. 그는 아시아 선수와 세계적인 선수의 차이점을 확인하기 위해 자비를 털어 대회가 열린 태국으로 향했다. 그는 "세계적인 선수와 우리 선수들의 차이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세계적인 선수들은 풋워크부터 달랐다. 대회를 다녀와서 다리가 잔디에 질질 끌리는 듯한 풋워크부터 개선했다"고 밝혔다.
 
2006년 19세 이하 여자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낸 뒤 2007년에는 여자대표팀 코치를 역임한 그는 지도자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게 된다. 그는 "당시 대표팀 코치를 하면서 많은 부분을 배우고 지도철학도 확립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2008년 8월 19세 이하 여자대표팀 감독을 맡게 된 최 감독은 더욱 더 '축구공부'에 열을 올렸다. 프리미어리그 등 다양한 축구 동영상으로 학습 자료를 만들었고, 그는 하루 3시간만 수면을 취했다. 그는 "컴퓨터 2대를 연결해 경기 장면을 계속 캡처하며 자료를 수집했다. 그렇다 보니 오전 6시에 자서 9시에 일어나는 일이 반복됐다"고 설명했다. 또 그는 전술 및 팀 운영 개선을 위한 유용한 메모가 담긴 노트를 항상 지니고 다니며 이를 숙지한다.
 
▲남자팀에 한눈 팔지 않고 여자 축구에 올인
한국은 2009년 8월9일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축구연맹(AFC) 19세 이하 여자선수권 준결승에서 지소연의 결승골로 20세 이하 월드컵 티켓을 따냈다. 최 감독은 "지금까지 골 중에 당시 지소연의 결승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우리가 세계 3위에 오를 수 있도록 기회를 준 골이라 의미가 남달랐다"고 환하게 웃었다.
 
최 감독은 2010년 월드컵을 대비한 본격적인 훈련에서 돌입하면서 체계적인 몸관리와 엄격한 규율, 확고한 소신 등으로 전력을 끌어올렸다. 그는 "소집되면서 체지방, 체중, 근육량을 개인별로 쟀고 2, 3주 뒤 측정수치의 차이점을 비교해 선수들에게 스스로 훈련 효과를 알 수 있게 만들었다. 또 밤 10시 이후로 휴대폰 사용을 금지하며 대표팀에 대한 집중력을 높였다"고 말했다.
 
그는 그라운드 안에서 잘못된 부분이 있으며 험한 말을 하면서까지 즉각 바로잡는 엄격한 지도자다. 하지만 그라운드 밖에서는 선수들과 일대일 면담을 끊임 없이 시도하며 '소통'을 중요시했다. "아무래도 여자선수들은 욕설 등의 험한 말에 상처를 받는다. 여자축구를 오래하다 보니 선수들이 어떤 상처를 가슴 속에 품는지 알 수 있다. 여자 심리에 관한 책을 읽거나 심리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한 것을 활용해 상처를 달래주기 위해 노력한다."
 
'훌훌 털어버리는 남자와 달리 감수성이 풍부한 여자 선수들을 지도하는 게 까다롭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최 감독은 영원히 한국 여자축구 발전을 위해 헌신할 것임을 다짐했다. 그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도 않겠지만 수십 억을 제시한다고 해도 남자팀을 맡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여자축구에서 쌓은 가치와 눈물은 물질적으로 비교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