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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 생명과학특성학부 교수 조명환(미생물 75) 동문 "이공계 학생들도 인문학 알아야 더 성장"
13.01.16 조회수 : 3,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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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대학교 생명과학특성학부 교수 조명환(미생물 75) 동문은 "과학자들은 실험실에서 숱한 신지식을 발견하지만 이것이 늘 제품 생산으로 이어져 국민들에 실제 혜택으로 돌아가는 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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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동문은 대학 강단에서 미생물학을 강의하는 생명과학자다.
하지만 그는 실험실 안에 '갇힌' 과학자는 아니다.
 
미국 애리조나대 대학원에서 미생물면역학을 공부하면서 손꼽히는 에이즈 전문가로 거듭났다.
 
오는 14일부터는 미 메릴랜드대학교 교수 자격으로 국내에 있는 미국 시민들을 상대로 행정경영학 커리큘럼인 미국 정치와 민주주의 등 이른바 '미국정부학'(American Government)을 강의한다.
 
- 다양한 학문과 분야를 넘나들었다.
 
"기초과학의 산업화와 상업화에 대해 늘 관심을 가져왔다. 과학자들은 늘 실험실에서 많은 발견을 하는데, 이들 발견이 경제발전을 이끌고 국민의 혜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사업화, 상업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래서 경제학, 경영학을 공부해보자는 생각에 2004년 하버드 케네디스쿨에 진학했다."
 
-케네디스쿨에서 무엇을 공부했나.
 
"경제학, 리더십 등 경영학, 정부정책, 협상술 등을 배웠다. 과학기술 혁신을 통한 경제발전 방안을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연구논문을 국제저널에 발표했다던데.
 
"기초과학 연구가 혁신제품 생산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대학-기업-정부 간 역할 분담과 유기적인 공조체제가 잘 이뤄져야 한다. 대학은 혁신제품의 바탕을 이루는 신지식을 창출해내야 하고, 기업은 돈을 투자해 이를 상품화해야 한다. 정부가 중간에서 관련 정책을 잘 펼쳐야 산업화가 가능해진다."
 
-기초과학에서 사회과학으로 방향을 확 틀었는데 적응이 쉽지 않았을 텐테.
 
"머리 속에는 사이언스만 들어가 있었는데, 전혀 딴 세상을 봤다."
 
-딴 세상이란 무엇을 말하나.
 
"케네디스쿨은 국제외교, 정치, 재계 등 각계 인사들을 초청해 수시로 포럼을 연다. 빌 클린턴, 빌 게이츠, 코피 아난 전 유엔총장 등 각국의 지도자들을 거기서 만났다. 그들이 국가적 이슈를 어떻게 다루고 난관을 풀어나가고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직접 듣고 배웠다.
 
-아시아태평양 에이즈 학회장에 오른 것은 당시 인맥의 도움이 컸던 것인가.
 
"그렇다. 에이즈 학회장 자리는 이론 연구가 아닌 대회활동이 주업무였다. 아시아 각국 대통령과 장관, 정치지도자들을 만나 에이즈정책 강화하고 관련 예산 증액토록 했다. 빌 클린턴, 빌 게이츠를 만나서는 에이즈 지원금을 아프리카에만 쏟아 붓고 아시아 지역 850만 명의 환자를 방치하게 되면 아시아가 제2 아프리카가 될 것이라고 설득했다. 빌 클린턴 재단의 지원을 이끌어낸 것은 처음이었다고 들었다."
 
-아시아태평양 에이즈 학회장 활동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뭔가.
 
"2007년 아시아태평양 에이즈 학회 총회를 스리랑카 콜롬보에서 개최했다. 마힌다 라자팍세(Mahinda Rajapaksa) 스리랑카 대통령이 유치전에 직접 뛰어든 결과였다. 그런데 타밀엘람해방호랑이(LTTE)라는 반군이 대회 개최를 가로막고 나섰다. 총회 개최 두 달 전 현지에서 버스가 폭발하고 한달 전엔 공항에서 폭탄이 터졌다. 반군지도자를 직접 만나 대회 기간 중 평화를 유지토록 직접 설득했다."
 
-세계 최초 에이즈 진단시약 개발에도 참여했다.
 
"미생물면역학을 공부하러 1985년 애리조나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당시 지도교수인 스털링 박사가 에이즈 진단시약 개발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자연스레 참여하게 됐다."
 
-에이즈 백신 임상시험에도 참여했다.
 
"스탠퍼드대학교에 객원교수로 있던 1997년, 노벨상 수상자인 바로크 블럼버그 박사는 벡스젠(Vexgen)이라는 회사가 개발한 에이즈 백신 임상3상 시험을 이끌었는데 여기에 참여했다. 당시 에이즈가 만연한 초기여서 별다른 백신이 없었던 터라 많은 사람들이 백신이 나오기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임상시험 결과 이 백신의 효과는 백인한테는 없고 유색인종에서만 나타나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그런데 개발사가 프로젝트를 접더라. 백신을 아프리카에는 한 알 1달러에 값싸게 제공하는 대신 선진국에는 25달러씩 팔아 적자를 메우려 했는데 이게 불가능해진 게 이유였다. 깜짝 놀랐다. 과학자가 세계적인 발견을 하게 되면 인류복지 증진으로 이어지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아! 과학자 혼자 힘만으론 안 되는구나. 기업과 정부의 도움 필요하구나'라는 걸 깨달았다."
 
-메릴랜드대학에서 미국정부학을 강의하게 된 계기는 뭔가.
 
"지난 2000년까지 10년 동안 메릴랜드대학에서 생물학을 강의한 인연이 있다. 왜 내게 미국정부학 강의를 맡겼는지 대학 측에 물었더니 국제무대에서 각계 인사를 만나면서 다양한 현장 경험을 함께 가진 것이 이유라고 말하더라."
 
-조만간 박근혜 새정가 출범한다. 우리나라는 유독 기초과학이 약하다.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 거론되고 있는데, 우리가 앞으로 20년, 30년 뒤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하이테크로 만든 혁신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한다. 기초과학 신지식이 혁신제품의 밑바탕이다. 우리 학생들은 이공계 진학을 꺼린다. 그나마 진학하더라도 의사가 되겠다고 의학전문대학원으로 몰리는 실정이다. 기초 과학을 육성할 전담부서를 만들고 우리 젊은이들이 이공계, 과학기술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예산을 늘리고 혜택을 줘야 한다. 이공계 학생들도 경제학, 경영학 등 사회과학과 인문학을 알아야 혁신적 창의력을 키울 수 있다."
 
-미국 과학기술 정책을 어떻게 평가하나.
 
"미국 일본 한국의 원천기술 개발 등 신지식 창출 능력을 조사했더니 우리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았다. 미국의 기초과학이 탄탄한 이유는 MIT, 스탠퍼드, 하버드처럼 신지식 창출이 가능한 대학을 정부가 집중 육성했기 때문이다. 일본 도쿄대 교수에게 노벨상을 휩쓰는 비결을 물었더니 일본 정부는 기초과학 분야 8개 대학을 선정해 엄청난 돈을 지원하고 있다고 답하더라. 우리는 너무 단기 성과에 매달린다. 과학자들에 연구비를 주고서는 1년, 2년 뒤 무엇 나온 것이 없느냐고 다그친다. 미국에는 기초과학 연구자를 필요로 하는 일자리가 아주 많다. 기초과학을 해도 먹고 살 수 있도록 저변과 기초토양을 다지는 일이 시급하다."
 
-전공인 미생물 분야 전망은 어떤가.
 
"미생물도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분야다. 사람이 한 세대를 거치려면 20년을 기다려야 하지만 세균의 경우 50분이면 되기 때문에 각종 연구개발을 하기가 손쉽다. 에너지, 의약품 개발, 환경 등 적용 분야가 폭넓다. 요즘은 쓰레기 처리도 미생물을 이용하지 않나. 혁신제품의 바탕인 과학기술 신지식 창출을 위해서는 일본처럼 과학기술 R&D를 꾸준히 밀어주는 정부의 의지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