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세계문학상 대상 수상작 ‘에메랄드궁’은 모텔을 배경으로 주변부 인생들이 얽히고설킨 얘기를 풀어낸 작품이죠. 눈에 두드러지는 화려한 색채를 표지에 쓴 건 복잡하게 얽혀 있는 우리네 삶을 되돌아보게 하기 위해서입니다. 뭔가 많은 얘깃거리가 있어 보이지 않나요.”
2012년 ‘출판 편집자가 선정한 올해의 북디자이너’로 뽑힌 박진범(39·사진)씨의 말이다. 박씨는 신생 문학전문 출판사 ‘나무옆의자’가 최근 펴낸 ‘에메랄드궁’의 표지 디자인을 맡았다. 출간 전 원고 단계의 소설을 읽으며 디자인을 구상한 그는 ‘에메랄드궁’을 가장 샅샅이 읽은 독자 중 하나다.
“사람들은 보통 자기 단점이 무엇인지 잘 알면서도 남에게 보여주는 건 민망해하고 싫어하잖아요. 늘 꼭꼭 감추려고만 하죠. 그런데 ‘에메랄드궁’을 읽으면서 내 속에 감추고 있는 단점들을 누군가에게 들킨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등장인물 한 명 한 명이 평범한 우리네 이웃의 심리를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더군요. 진정성 있게 글을 썼다는 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박씨는 건국대 시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북디자인을 시작했다. 2003∼2009년 문학동네에서 일했고, 지금은 ‘디자인 공중정원’이란 개인 작업실을 열어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문학동네에서 문학서적 표지 디자인 작업을 오래 한 게 인연이 돼 지금도 주로 소설을 담당한다. 김주영씨의 대하소설 ‘객주’(문이당), 황석영씨의 장편소설 ‘개밥바라기별’(문학동네), 미야베 미유키의 ‘모방범’(〃) 등 대형 베스트셀러 표지 디자인이 그의 손끝에서 탄생했다.
“디자인 작업에 앞서 먼저 파일 형태로 원고를 받아 읽어봅니다. 그리고 출판사 담당 편집자와 의논을 하죠. 마케팅도 고려해야 해요. 책은 작품인 동시에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선량한 시민’(김서진), ‘망원동 브라더스’(김호연), ‘당신의 파라다이스’(임재희), ‘사이공 나이트’(정민), ‘슈나벨 최후의 자손’(최욱) 등 앞으로 나무옆의자에서 차례로 출간할 세계문학상 우수작 표지 디자인도 그가 맡게 된다. 박씨는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타래를 풀어가는 스릴러 같은 장르소설을 좋아한다”며 “강렬한 색채와 이미지로 소설의 특징을 한 번에 드러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