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제(12일) 단독으로 입학설명회를 열었어요. 그간 공동설명회는 많았지만 독자적 설명회를 연 것은 근래 들어 처음입니다. 우리 대학의 평판도나 사회적 인식이 크게 올라갔음을 입증한 결과죠. 당일 상당한 눈이 내렸지만 참석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열기가 대단했습니다."
지난 13일 집무실에서 만난 송희영 건국대 총장(65·사진)은 전날 건국대 새천년관에서 열린 정시모집 설명회 얘기로 입을 뗐다. 최근 대학 관계자들과 수험생들 사이에서 '발전속도가 빠른 대학'으로 각인된 건국대의 행보에 대한 자신감이 묻어났다. 탄탄한 재정에 바탕한 재단의 과감한 투자가 학교 위상을 단시간에 크게 끌어올렸다는 평가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송 총장은 건국대를 졸업하고 30년 넘게 모교 교수로 봉직한 건대맨이다. 기획조정처장 보직만 세 차례 지내고 부총장까지 역임한 행정통이기도 하다. 이런 점이 감안돼 김진규 전 총장이 불미스러운 일로 중도사퇴 하자 '구원투수'격으로 수장에 올랐다. 취임 후 풍부한 행정 경험을 바탕으로 학교를 잘 추슬러 건국대의 성장세를 견인했다.
취임과 함께 '국내 톱5, 세계 100대 대학 진입'을 목표로 내건 그는 올해 각종 발전전략을 갈무리한 '프라이드 건국(PRIDE KONKUK) 2016'을 제시하고 앞장서 추진 중이다.
핵심 키워드는 선도분야 특성화다. 강점을 지닌 선도학과 특성화를 통해 수월성을 제고하고, 대학본부 차원에서 적극 지원해 글로벌 경쟁이 가능할 정도로 키운다는 것이다. 송 총장은 "선택과 집중 전략을 통해 선도학과를 키우고, 이들 학과가 모델이 돼 다른 분야들까지 끌어올리는 견인차 역할을 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건국대가 농·축산 분야를 육성한 게 과거 산업화·공업화 정책 방향과 다소 안 맞기도 했지만 지금 바이오·생명과학 분야를 선도할 수 있는 바탕이 됐다"며 "수의학 부동산학 무역통상·경영학 등 다른 대학이 하지 않는 5~6개 분야를 차별화해 키워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송 총장은 인터뷰 내내 "대학과 사회가 보다 밀접한 관계를 맺고 동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졸업 유예 대학생들의 사회 진출을 독려하는 구조적 개선책으로 기업의 적극적 투자와 정치권 협력을 당부했다. 그런 노력이 뒷받침돼야 젊은이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벤처를 할 수 있다고도 했다. 대학 수익사업 역시 당국이 지나친 규제를 풀어야 경쟁력을 갖추고 자구책을 마련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 어제 입학설명회가 열렸죠. 반응이 어땠습니까.
"저도 참석했는데 열기가 상당히 높았습니다. 지금까지 공동설명회는 해왔지만 건국대가 단독으로 여는 입학설명회는 최근 수 년 만에 처음이에요. 우리 대학의 발전 속도나 평판도, 사회적 인식이 상당히 올라간 덕분입니다. 건국대에 대한 수험생과 학부모들의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습니다."
- 확실히 외부 평가가 좋아졌습니다. 비결이 뭔가요.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보다 학교와 법인의 노력이 인정받은 것 아닌가 싶어요. 평가지표가 과연 대학 발전에 부합하는지는 다시 검증해봐야 할 문제이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 교수 연구나 교육 여건 같은 부분을 보거든요. 사실 우수 교수를 모셔오는 것이나 교육 여건 개선 등은 하루아침에 따라잡기 쉽지 않은 부분입니다. 재정 문제와도 곧바로 연결이 되니까요."
- 취임 후 1년 3개월 정도 지났습니다. 야구로 치면 구원투수 역할을 맡은 셈인데요.
"대학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 변화가 상당히 큰 시기예요. 대학 총장직을 맡는 것은 곧 무거운 책임감을 안게 되는 것입니다. 거시적 변화만 해도 '반값등록금' 문제가 제기되고 정책으로 나오면서 대학들이 많이 힘들었죠. 스트레스성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고 할까요. 대학이란 고등교육기관의 메커니즘이나 생태를 정치인들이 제대로 파악 못한 측면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대학은 우선 사회와 산업계, 국가와 세계로 연결돼 있어요. 내부적으로도 일반 조직과 달리 교수·직원·학생이란 이질적 조직원들로 구성돼 있습니다. 상명하복이 불가능하고 다양한 분야가 섞여있는 거대한 항공모함 같은 조직이죠. 워낙 특수하고 복잡한 조직이다 보니 총장이 참 어렵고 힘든 자리입니다. 그렇지만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는 과정에서의 성취감도 있어요. (웃음)"
- 어려운 시기에 총장이 됐는데 그간을 평가해 본다면요.
"우리 대학은 서울시내 좋은 위치에 입지하기도 했고… 보통 국내 대학들이 해방 이후 60~70년 정도의 역사를 갖고 있는데, 1946년 설립된 건국대도 오랜 기간 갖춰놓은 인프라가 강점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반면 약점도 있었습니다. 대학의 성장이 보통 국가 발전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경우가 많거든요. 우리 대학은 농업이나 축산업 분야에 투자했는데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공업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공대를 키운 대학들에 견줘보면 메리트가 적었죠."
- 조금 독특했던 것 같습니다.
"설립자가 독특한 분이었어요. 우리 대학의 출발은 사회과학 쪽이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농대 축산대 수의대 같은 쪽에 집중 투자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산업의 대부분이 농업이라 '농업을 근대화시키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산업화 시대 정부 정책 방향과는 좀 안 맞았죠."
-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는데요. 바이오 분야라든지, 비전이 있습니다.
"네, 당시엔 좀 어려웠지만 지금은 굉장히 유리한 입장으로 바뀌었습니다. 인간이 가장 관심 많이 갖는 것이 생명, 환경, 먹을거리 문제 아니겠습니까. 과거의 축산대와 농대를 동물생명과학대학, 생명환경과학대학으로 개편하고 생명특성화대학까지 결합시켜 바이오클러스터를 만드는 토대가 됐어요. 수의학, 의학까지 연계돼 어느 대학보다도 틀이 잘 갖춰져 있죠."
- 특성화가 잘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인데요.
"사실 선진국 대학에 비해 국내 대학들이 취약한 부분이 'A대 하면 이런 분야, B대는 저런 분야가 강하다' 하는 인식이 부족한 겁니다. 총장에 취임하고 나서 '건국대 하면 이것' 하고 곧바로 떠오를 만큼 특성화하고 선도적으로 이끌어나갈 분야는 무엇인지, 연구와 검토를 거쳐 장기 발전계획을 마련했습니다.
바로 '프라이드 건국 2016'이란 건데요, 영문 약자를 따서 △수요자 중심 교육체계(P) △연구경쟁력 강화(R) △국제협력관계 강화(I) △건국공동체 구축(D) △효율적 행정·인프라 시스템 구축(E)을 가리킵니다. 선도학문 분야 6개를 리딩그룹으로 만들고 교육 부문까지 해서 7개 분야에 집중 투자해 이들 리딩그룹이 나머지 분야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체제를 만들고 있어요."
- 선도분야 특성화를 추진하는 배경은 뭡니까.
"예를 들어 하버드대 같은 곳은 전 세계에서 연구비를 받고 기부문화도 정착이 돼 있잖아요. 그 정도로 자원이 풍부한 곳 또는 싱가포르국립대처럼 국가가 모든 재원을 책임지는 대학은 전 분야에서 수월성을 추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 대학은 그게 어렵습니다. KAIST, 포스텍(포항공대) 정도의 특수한 사례를 제외하면 자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선후 분배를 해야죠."
-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를 특성화하겠다는 건가요.
"다른 대학은 하지 않는 분야, 국내에서 최고가 되고 국제적 경쟁도 가능한 분야를 육성하고 있습니다. 부동산학과는 1984년 설립됐는데 다른 대학에선 생각 못했을 때 만들었죠. 선점효과가 있고 우수 교수진도 확보했습니다. 수의대는 사립대 중에선 건국대만 갖고 있어요. 원래 동물을 다루는 것도 중요했지만, 이제 모든 임상을 동물 실험을 거쳐 인간으로 넘어오고 있어서 중요성이 더 커졌습니다. 수의대와 의대, 병원의 협업 체제로 인류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기계공학, 물리학 중 양자소자학(차세대 메모리 소자 개발), 생명특성화대학 특성화학부 등을 리딩그룹으로 선정했습니다. 이번에 지정했지만 원래 수월성이 있어 경쟁력을 갖춘 학과들이에요. 이들 선도학과에는 우선적으로 교수채용을 해주고 매년 2억 원을 지원합니다. 다른 학과들도 본받고 자극받아 전체를 견인하는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이런 노력 덕분에 대외평가에서도 성장세를 보이는 것 같습니다.
"평가 관련해서 보면, 예컨대 교수 1인당 학생 수 같은 지표는 의대를 보유한 대학이 상당히 유리해요. 임상교수를 포함해 의대 교수들이 워낙 많아서 자연히 평가점수가 높게 나옵니다. 또 하나, 최근 많이 얘기된 졸업 유예 학생들이 영향을 끼치죠. 졸업해서 나가야 할 학생들이 학교에 머물러 있는데 이 경우도 모두 학생으로 칩니다. 교수를 아무리 많이 뽑아도 교수 대 학생비율이 줄어들지 않죠. 평가를 받아야 하는 대학의 고민 중 하나입니다.
이건 구조적 문제입니다. 대학 혼자서 풀 수 없는 사안이죠. 취업이 안 되니까 학생들이 졸업을 안 하려 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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