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호기 전력거래소 이사장에 대해 많은 사람들은 ‘아이디어 뱅크’, ‘기획의 달인’, ‘역발상의 선도자’ 등 많은 수식어를 부친다.
지난 1968년 한전에 입사해 46년째 한 길만을 걸어온 그에게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도 들지만, 그만큼 그의 삶 자체가 구태의연한 관행보다는 창의적인 생각과 도전의식을 추구했다는 것을 방증한다.
특히 46년간 전력산업계에 몸 담아온 그의 경력을 보면 일면 이해도 간다.
그는 입사 후 10년간 발전소 교대근무를 맡았다. 교대근무를 하면서 전국의 발전소란 발전소는 안 다녀 본 곳이 없을 정도였다.
이후 본사에서 기술 부서에 근무하며 전력계통에 대한 실무경험을 쌓았다. 또 간부로 승진한 후에는 본사 종합조정실에서 15년간 기획업무를 총괄했다.
2001년 전력산업구조개편으로 6개 발전사로 분사된 이후에는 동서발전과 남동발전, 남부발전으로 자리를 옮기며 사장자리까지 올랐다.
2011년 11월에는 지금의 전력거래소 이사장으로 부임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을 이끌어오고 있다.
남 이사장은 파워리더로 선정된 소감을 묻자 조선시대 영조와 정조 얘기부터 꺼냈다.
“영조는 아들에게 왕위를 이어주지 아니하고 손자인 정조에게 왜 왕의 자리를 물려주었을까요? 복잡한 사연이 있지만 결론적으로 성인이 되도록 공부를 게을리 하고 경험이 부족했던 아들보다는 공부에 전념해 온 손자 정조가 리더로서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에서였죠. 결국 전력산업계 파워리더란 다양한 체득을 활용해 전력산업을 발전시키며 국가에 어려움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한데 일천한 경험과 얕은 지식을 가진 제가 과연 파워리더의 자격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드네요.”
남 이사장은 “부족하지만 46년간 전력산업계에 종사하며 체득한 경험을 토대로 전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며 “전력은 그야말로 국가발전의 원동력이자 국가의 버팀목”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는 개도국 지위에서는 벗어났지만 압축성장의 후유증으로 곳곳에 제도적 허점이 잔존해 있고, 이것이 고착화 돼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데 발목이 잡혀 있습니다. 비근한 예가 송전선이나 발전소를 건설할 때마다 앓고 있는 민원문제죠. 저는 우리 직원들에게 전력산업도 이제 개념을 바꿔서 국민의 입장에서 국민들에게 서비스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안정적인 전력공급으로 국가경제가 발전하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했다는 게 무엇보다도 뿌듯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또 2011년 발생한 9.15순환단전으로 전력산업에 대한 신뢰가 떨어진 상황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에 본인도 동참할 수 있게 된 것은 ‘하늘이 선물한 행운이자 복’이라고 생각한단다.
남 이사장은 또 “고졸입사자들 전원을 야간대학에 보내게 하고, 외국어의 부족함을 보충시켜주기 위해 새벽 토익반을 개설했다”며 “학벌 인플레시대에 그들이 나중에 갖게 되는 조직적 약자의 설움을 면하게 해준 프로그램을 마련한 것도 보람있었다”고 말했다.
남 이사장은 인생의 멘토로 난득호도(難得糊塗)라는 좌우명과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을 꼽았다. 다소 의외였다.
“난득호도란 직역하면 바보가 되기 힘들다는 뜻입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겸손하기가 힘들다는 말이죠. 식자는 모른척하기가 힘이 들고 윗사람은 상사가 아닌 척 하기 힘들고, 살아가면서 고개를 숙인다는 것이 그만큼 힘들다는 뜻으로 저는 늘 이 말을 가슴에 새기고자 하고 있습니다. 또 갓 입사한 신입사원들은 언제나 저에게 힘이 됩니다. 세대가 다른 그들과 일을 하거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나 자신이 많은 것을 배우고, 초심을 갖게 해주죠.”
그는 시간이 날 때마다 도시를 떠나 자연을 찾아 나선다. 세월이 몸속에 스며들어 삶의 무게를 느끼게 되면 맑은 공기와 따사로운 햇볕, 그리고 이를 한없이 포용하는 자연이 바로 행복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기 때문이다.
“에너지라고는 없을 것 같은 대지에 씨앗을 뿌리면 무거운 지구를 뒤집고 자라나는 자연의 힘에 무한 감동을 느낍니다. 살을 에는 엄동설한의 칼바람을 이겨내고 봄이 오면 활동을 개시하는 벌과 나비에 매료돼 보는 것 또한 너무 행복하죠.”
남 이사장은 현재 당면한 가장 큰 과제로 역시 올 여름철 전력의 안정적 공급을 꼽았다. 아직은 기상예보가 나오지 않았지만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설정해 가상적 예측을 하고 있다.
“가장 전력수급이 어려웠던 작년보다는 나을 것이라는 전망을 하지만 최소한 국민들이 불편함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 정부와 전력관계자들의 다짐입니다. 이를 위해 올해 새롭게 계통에 들어오는 발전사들과 시운전 출력을 충분히 확보하도록 많은 대책을 협의하고 있죠. 최근에 발생된 세월호의 참사를 보면서 국가 위기가 얼마나 무서운지 실감하고 다시는 국가위기가 오지 아니하도록 다지고 다질 것입니다.”
남 이사장은 마지막으로 “앞으로 우리나라가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넘기 위해서는 각종 제도와 규제들이 오히려 창조의 발목을 잡고 있지는 않는지 되새겨 보고, 시대에 맞는 사고방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며 “국민 모두가 행복한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인문과 철학이 가미한 문화국민으로서 나아가는 방법을 고민하는 데 창간 50주년을 맞이한 전기신문이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프로필>
▲1950년 출생 ▲울산공업대학 졸업 ▲건국대 산업대학원 전기공학 졸업 ▲한전 입사 ▲종합조정실 기술총괄과장, 부장 ▲남동발전 발전처장 ▲남동발전 영흥화력본부장 ▲남동발전 기술본부장 ▲남부발전 사장 ▲전력거래소 이사장 취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