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왜 그토록 '삼국지'에 몰두했는가? (중략) '삼국지'를 읽었든 읽지 않았든, '삼국지'를 좋아했든 좋아하지 않았든, 동양인은 '삼국지'의 그늘에서 살았다. '삼국지'를 가리켜 군담·무협(軍譚·武俠) 소설이라 말하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다.
거기에는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아름다움과 추악함, 사랑과 증오, 지혜와 바보스러움, 기쁨과 비통함, 음모와 지략, 배신과 절의, 군자와 소인의 논리, 절의(節義)와 비루함, 탐욕과 청빈, 고고함과 음란함, 지혜와 어리석음, 고난과 야망, 아름다운과 누추함이 함께 담겨 있다."
'삼국지'(전5권, 나관중 역작/신복룡 역주/집문당/각 권 1만5000원)를 옮긴 신복룡 동문의 설명이다. 신 동문은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 조지타운대학교 객원교수 △건국대학교 중앙도서관장·대학원장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 △건국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석좌교수를 역임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삼국지를 즐겨 읽었다.
이제까지 한국에는 대략 400종의 삼국지가 출판됐다. 신 동문은 철저히 원본에 따라 보태지도 빼지도 않고 전문을 온전히 옮기고 고사성어를 포함해 1000개 넘는 주석을 달아 기존에 출판된 삼국지와는 다른 삼국지를 펴냈다.
그는 "아무리 고전에 밝다 하더라도 주석 없이 삼국지를 온전히 해독할 독자는 그리 흔치 않다"면서 "그러므로 내 장년 30년에 걸친 삼국지 주석은 내 인생의 한 부분이며 내가 살아온 흔적으로 후세에 남기고 싶다"고 말했다.
신 동문은 삼국지를 옮기며 원문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다. 역사에 남는 고전을 보면, 필자들은 토씨 하나에도 고민하고 심혈을 기울이기에 원문을 고치는 것은 원저자에 대한 모독이자 실례라는 것이 역자의 생각이다.
또한 그는 삼국지의 미묘한 맛을 살리면서 우리말로 충실하게 옮기는 데 주력했다. 가장 어려웠던 점은 대화체를 우리말로 옮기는 것이었다. 그는 삼국지는 고어(古語)의 표현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에 우리말로 삼국지의 참맛을 살리는 데 한계가 있었음을 고백한다.
이어 신 동문은 '삼국지의 한국어 번역본이 많은데 왜 다시 번역했는가'에 대한 설명을 시도한다. 그는 주석에 심혈을 기울여 다른 한국어 번역본과 차이를 만들어내고자 했다.
신 동문에 따르면 삼국지는 판본마다 미묘한 차이가 있는데 판본에 따라 글자가 서로 다른 곳이 있었다. 이는 한시(漢詩)에서도 그러했다. 이에 역자는 홍콩 상무인서관(商務印書館, 2009) 판본을 최종판으로 삼았다.
특히 다른 번역본과는 달리 여러 가필자(加筆者)들의 서문들을 실었다. 삼국지의 성립에 기여한 장기 나관중 이탁오 김성탄의 서문과 함께 모종강의 '삼국지를 읽는 법'이 실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