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마 전까지만 해도 올해 KBO리그 타격왕은 이정후(23·키움)와 강백호(22·KT)의 2파전으로 좁혀진 듯했다. 이 양강 구도에 강력한 경쟁자 한 명이 뛰어들었다. 롯데 베테랑 외야수 전준우 동문이다.
10월 20일까지 타율 1~3위는 이정후, 강백호, 전준우 순이다. 그런데 순위표에 적힌 셋의 타율은 0.347로 모두 같다. 이정후가 0.34713, 강백호가 0.34711, 전준우 동문이 0.3467을 기록해서다. 이정후와 강백호가 할푼리모를 넘어 '사'로 순위가 갈리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는 동안 전 동문이 꾸준히 안타를 쳐 이들을 턱밑까지 쫓았다. 최근 타격 페이스를 고려하면, 전 동문이 데뷔 14년 만에 처음으로 타격왕에 오를 가능성도 생겼다.
이정후와 강백호는 입단 직후부터 스타덤에 오른 '야구 천재'들이다. 각각 2017년과 2018년 신인왕에 올랐고, 2019년 프리미어12와 지난 8월 도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명실상부한 KBO리그 간판타자들이고, 늘 관심을 모으는 대표 라이벌이다. 이들의 타격왕 경쟁은 시즌 막바지 큰 화제 중 하나였다.
전준우 동문은 이들과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고교 졸업 후 모교에 먼저 진학했고, 2008년 롯데에 입단한 뒤 2군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그해 퓨처스리그 올스타전 최우수선수가 바로 전 동문이었다. 가능성을 인정받아 시즌 막바지 1군에 올라왔지만, 2년간 총 41경기에 출전하는 데 그쳤다. 3년 차부터 출전 기회가 늘어나면서 자신의 기량을 입증했고, 114경기에서 안타 101개를 때려내면서 롯데 외야 한 자리를 꿰찼다.
그 후 전 동문은 꾸준히 호타준족 외야수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한 번도 리그 정상에 선 적은 없다. 올해는 다르다. 안타 181개를 쳐 이 부문 1위다. 2위 강백호(168개)보다 13개나 많다. 여기에 생애 첫 '타격왕 도전'이라는 새 목표도 생겼다. 한 시즌 내내 꾸준히, 지치지 않고 달려온 덕이다.
앞서 가던 후배 둘은 페이스가 들쑥날쑥했다. 강백호는 8월 17일까지 타율 4할을 유지하면서 독주했지만, 9월 들어 주춤했다. 그 사이 옆구리 부상으로 이탈했던 이정후가 돌아와 맹타를 휘둘렀다. 9월이 끝나던 시점에 1위는 이정후(0.363), 2위가 강백호(0.354)였다. 전 동문도 3위를 지켰지만, 타율은 0.336로 격차가 컸다.
10월 들어 반전이 일어났다. 이정후가 근막 통증이 재발로 고전하면서 월간 타율 0.241로 처졌다. 강백호도 0.302로 좀처럼 타격감을 다시 끌어올리지 못했다. 반면 전준우 동문은 월간 타율 0.426로 날아올랐다. 1~2위와의 간격이 급속도로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전 동문은 10월 20일까지 팀이 치른 136경기에 모두 출전하면서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전반기 타율 0.332, 후반기 타율 0.366로 큰 슬럼프도 없었다. 30대 중반에 웬만한 20대 선수들보다 체력과 컨디션 관리를 잘한 덕이다.
개인 한 시즌 최고 성적이 타격 6위(2018년 0.342)였던 전 동문이 올해 데뷔 후 최초로 타격왕 타이틀을 얻을 수 있을까. 남의 일 같던 타격 2관왕이 더는 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