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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박하지만 따뜻한 아날로그의 힘, 작가 임지민(현대미술 06) 동문
22.11.23 조회수 : 479
건대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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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작가는 목탄과 유화 물감을 사용해 사람 손, 나뭇잎, 꽃 같은 자연물을 그리고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표현한다. 그의 그림에선 유행과 트렌드에 흔들리지 않는 아날로그 감성이 묻어난다.

 임 작가는 지난해 월간 ‘퍼블릭아트’ 유망 작가 발굴 · 지원 프로그램 ‘뉴히어로’에 선정됐다. 당시 한 평론가가 그에게 “이 작업을 10년 넘게 하고 있는 것 자체가 너의 큰 강점이야”라며 그의 성실성을 높게 샀다. 임 작가는 지난해 3월 화랑미술제 신진작가 특별전 ‘ZOOM-IN’에서도 최우수상을 받으며 촉망받는 신진 작가 대열에 이름을 올렸다.

 임 작가는 건국대와 건국대 대학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하고 OCI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를 거쳐 현재 경기도 양주의 가나 장흥 아틀리에에서 ‘입주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학교 졸업 후 전업 작가로 달려온 11년, 요즘 그의 가장 큰 고민은 ‘나는 여전히 신진 작가일까?’다. 임 작가는 “이제는 신진이라는 수식어를 벗고 선배 작가로 길을 다져가야 할 때인 것 같다”고 말했다.

 작가 생활은 곧 현실이다. 이름 석 자를 알리려면 부지런해야 한다. 그림을 계속 그리려면 우선 작업실이 있어야 하고, 재료 비용 등을 충당할 수 있는 금전적 뒷받침이 따라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일을 지지해주는 응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레지던시 입주 작가’ 타이틀은 직장인에게 대기업 인턴 경력과 같다. 머물렀던 곳의 명성이 곧 작가의 스펙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레지던시 경력을 발판 삼아 유명 갤러리의 소속 작가가 되기도 한다. 현재 임 작가가 소속된 가나 장흥 아틀리에는 국내 대표 현대미술 갤러리 가나아트에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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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 작가의 개인전 주제는 ‘독백’ ‘흔적’ 등 내면에 짊어지고 있는 개인적인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림에는 얼굴과 손, 주변에서 보기 쉬운 자연물 등이 자주 등장한다. 그는 2010년 대학 졸업 즈음 미술 작가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아픔을 겪었다. 감정을 어떻게 추스를지 몰라 방황하면서 자연스럽게 내면을 들여다보게 됐고, 그러던 중 우연히 발견한 오빠의 어릴 적 사진을 따라 그리면서 작업 방향의 전환점을 맞았다. 가족들의 옛날 사진을 보며 자신이 가진 ‘기억’을 바탕으로 인물을 그리기 시작한 것.

학부 시절에는 어떤 그림을 그렸나요.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어요. 건물 공간을 그리고 구조를 해체하는 추상적인 그림이었죠. 인물을 그려본 적이 없었어요.

지금은 정물을 그리는데요.

더 이상 인물로 할 이야기가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아버지의 부재로 작업을 시작했지만, 누군가를 애도하는 방식은 시간이 지나면서 달라지잖아요. 표현 방식에 변화가 필요했어요. 그렇게 인물의 손이나 얼굴 아랫부분과 같이 특정 부위를 확대해서 그리기 시작했죠.

손 작업은 주름도 많아서 까다로울 것 같아요.

어렵죠. 사실 저는 인물도 잘 못 그렸어요. 제 인물 작업을 좋아해주셨던 교수님 말씀이 “네가 참 인물을 못 그리는데 그게 특징이다” 하시더라고요(웃음). 잘 그릴 필요가 없는 작업인데 굳이 남과 비교해서 그에 맞출 필요가 없다고요. 비율이 조금 틀려도 제 방식대로 투박하게 그려야 하고자 하는 이야기가 더 잘 나오는 것 같다며 힘을 실어주셨어요. 어색하고 낯선 제 기분이 다 나오는 것 같다면서요. 손도 마찬가지로 그릴 때마다 항상 어려워요. 이 구조를 제대로 살려야 하는데 잘 못 해요. 그렇다고 신체 구조를 연구할 필요는 없으니까 제 느낌대로 하고 있죠. 그래도 계속 쌓이니 어느덧 그게 제 강점이 되더라고요.

손을 그린 이유가 있나요.

어릴 땐 키가 작으니까, 제 눈높이에서는 늘 어른들의 손이 보였어요. 손에는 그 사람의 감정이 다 나타나 있어요. 불안할 때도 사람들이 시선을 내려 손을 보잖아요. 손은 숨기지 못한다고 생각해요. 그 시선의 의미가 작업에 영향을 끼쳤던 것 같아요.

재료로 목탄을 사용하고 계신데요.

붓 사용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더라고요. 잘 안 그려져서 쓰기 싫어요. ‘내 손을 직접 그려야겠다’ 해서 목탄과 오일 파스텔을 사용했어요. 손으로 문질러서 작업할 수 있는 재료로요. 그 작업을 한참 하다 보니 이제는 유화 색을 다시 쓰고 싶어져요.

섬세하게 그려야 하는 작업인데 목탄이 잘 번지지 않나요.

‘픽서티브’라고 목탄을 정착시키는 스프레이를 사용해요. 고정이 잘 안 될 때도 많아서 뿌리고, 또 뿌리죠. 사용하는 종이에 따라서도 달라요. 수채화 종이와 목탄지 2개를 사용하는데 둘이 스타일이 달라요. 수채화는 조금 더 단단하고, 목탄지는 굵게 표현된다고 할까요. 그리고 싶은 장면마다 사용하고 싶은 종이가 달라서 둘 다 쓰고 있어요.

유화 작업은 어떻게 하세요.

1차 드로잉을 많이 해요. 본 작업 들어가기 전에 캔버스를 러프하게 잘라서 거기에 이것저것 생각나는 것들이나 이미지를 참고해서 막 그려봐요. 그다음에 정식으로 캔버스에 다시 옮겨 그리는 편이에요. 예전보다 캔버스를 대하기가 힘들더라고요. 망칠까 봐요. 어느 순간 캔버스에 그리려고 하면 작업이 꼭 마음에 안 들게 나와요. 천에 막 할 때가 더 마음에 들고요(웃음).

아버님이 화실도 운영하시고, 미술 작가셨다고요.

“대학 졸업하면 아빠 화실에서 같이 작업하면 되겠다”고 얘기하곤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워요. 저는 잘 모르겠는데 친한 선배 작가가 그런 말을 하더라고요. 아빠가 사용하던 색감이 제 그림에서 자주 보인다고요. 아빠는 옐로 톤처럼 따뜻한 계열을 주로 쓰셨는데, 제가 사용하는 물감을 봐도 옐로 톤이 많긴 해요. 저는 인물이나 손, 자연물을 주로 그리고 아빠는 풍경화를 그려서 소재가 아예 다른데도 그렇게 느껴지나 봐요. 아빠는 편안하지만 묘사가 치밀하고, 힘이 강한 그림체거든요. 투박한 표현 방식도 닮지 않았나 싶어요.